하이퍼그라피아

취미-독서 2008. 10. 11. 14:25 |



하이퍼그라피아 : 글을 쓰고자 하는 주체 못할 욕구를 가리키는 의학용어


정신병리학의 관점에서 천재, 위대한 예술가, 작가들을 보면 어떻게 평가할까 ?

글쓰기를 병리현상으로 간주한다면 인간의 창의력은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것으로도 여길 수 있는 관점이 흥미롭다.

그렇게되면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은 발작의 산물, 엘 그레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길쭉한 모습은 그가
난시였기 때문에,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코카인 대량 복용으로 인한 환각상태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물론 극단적으로 보면)

글을 쓰는 건 마음인 동시에 '뇌'다. 
뇌의 상태가 창의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출발해 문학적 창의력을 유발하고 좌절시키는 것을 찾기 위한 신경학적
접근 방법은 신선하고 재미있어 술술 읽힌다.(전문적인 내용이 태클을 걸기도 한다)
의과대 교수, 신경과 의사, 작가, 하이퍼그라피아을 직접 겪은 환자 였던 저자이기에 이런 독특한 책을 펴낸 것 같다.
전세계 누구나 인정하는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이 정신병,착란상태,약물 중독 등의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고흐가 귀를 잘라버린 건 간질로 인한 환청에 시달렸기 때문이고, [보물섬] 작가 시티븐슨,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프로이드는 흥분제를 복용했고, 영감을 얻기 위해 석유 냄새를 맡던 작가들의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고선 접할 수 나 있었을까 ?

인간의 위대한 상상력, 영감, 창의력의 근원은 무엇인가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가 갑작스레 떠올랐다. 소설속 이야기처럼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뇌의 특정 지점을 찾아내
인위적으로 자극이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

만약 '영감, 창의력'이 솟아나는 측두엽의 어느 지점을 정확히 자극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이 완성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학이 정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과학의 금단의 구역인 영적인 부분까지 침범한다면 ?

"영혼이 만든 작품은 부패한 물에서 만들어진다"는 소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이 책을 보다보니 별의별 상상을 다 해본다. 고흐가 간질 환자가 아니라 정상인이었다면 ? 윌리엄 버로스가 헤로인에 중독
되지 않았다면 ?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이 나왔을까 ? 

그들은 정신병을 극복한 것일까 ? 일부 도움을 받은 것일까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위대한 작가들의 정신병, 약물중독 증세를 모두 치료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
과연 그들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을 남겼을까 ?

     하루는 옆을 지나가는 지네를 보고 거미가 말했다.
    " 자네가 걷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네. 난 다리가 8개뿐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나 ? "
     그러자 한번도 발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던 지네는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쓰러져 버렸다.



줄쳐놓은 곳 정리.


측두엽 발작 때문에 일어나는 정신분열증 중 가장 흔한 현상은 환청이다.
측두엽은 의식의 변화에 따른 가짜 경험도 유발한다. 이런 느낌에서 비현실성, 데자뷰,자메뷰,
자기 자신의 환영(여기엔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작품 [분신]에서 묘사했듯 도플갱어가 포함될 수
있다) 등이 있다. 감정의 강한 변화, 다차원의 지각, 환청, 언어 장애 등이 모두 측두엽이
자극을 받았을 때 일어난다.


학자들이 꼽는 측두엽 간질을 가졌던 작가로는 데니슨, 리어, 포, 바이런, 스윈번, 모파상, 몰리에르,
파스칼, 단테,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성 바울로 등이다.

간질, 조증, 그리고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글쓰기는 측두엽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측두엽의 변화야말로 생생한 내면의 목소리나 환각을 경험하게 하는 원인이다.


고갱과 한바탕 싸움을 하고 난 뒤 고흐는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다. 고갱을 죽이라는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통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눈이 죄를 짓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한다.


언어는 유전적으로 피질의 일부를 자신의 거처로 정하고 활동하는 정신적 기생충이라 할 수 잇다.
- 크리스토퍼 듀드니 [완전한 지각]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옥타비오 파스는 영감이란 '언어의 소리에 복종한다'는 뜻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어떤 사람의 목소리도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영감,무의식,기회,우연,계시 - 그 목소리는 항상 타자의 것이다 "


창의성은 왜 에고와 분리된 그 무엇으로 보이는가 ? 어떤 학자들은 창의적인 사고가 무의식으로부터 의식으로
들어올 때 에고를 놀라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뮤즈(내면의 목소리)는 무의식이 인격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 앙리 마티스는 "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 !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천국으로
들어가는 듯 느껴졌다. 내가 모르는 어떤 힘이, 인간의 정상적인 삶과는 다른 그 어떤 것이 나를 
몰아가는 듯했다 " 라고 고백했다. 모차르트 역시 마치 어떤 소리를 듣고 그대로 배끼는 것처럼 교향곡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은 나마지라 여신이 자신에게 방정식을 속삭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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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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