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읽었던 책,보고서에서 접했던 내용들과 겹쳤던지라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을 정리
하는걸로 독서노트를 대신한다. 책 후반부에 다룬 '창의성' 내용은 제하고 나라 꼬라지와 관련된 부문만
정리한다. 내가 이 책에서 받아들인걸 정리해보면,
 (아..꼬라지하니 상실이가 생각나고,상실이를 생각하니 짜장면이 땡긴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 !)

1. 권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2. 권력이란 이제 네트워크의 특징이다.
3. 권력의 원천은 소유가 아닌 관계에서 생성된다.[각주:1]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M.Weber)는 소유로서의 권력을 중시한다.[각주:2]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권력을 쥐고 있다' 혹은 '권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 바로 이 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권력에 대한 저항이 따른다. 권력은 사람의 의도나 의지와 관련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반즈(B.Barnes)는 사회질서로서의 권력을 말한다.[각주:3] 이는 개인들간의 
       상호작용이 유형화된 결과로 나타난 질서를 의미한다.
       이와달리 푸코는 지배로서의 권력을 주장한다.[각주:4]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권력이란 소유나 질서 그리고 능력이라기보다는 관계로 본다.[각주:5]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담으려는 어리석은자 누구인가 ?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한숨을 쉬다 보니 마시고 있던 커피가 눈에 들어온다.
"역사 + 커피 + 권력의 삽질 " 뭔가 끄집어낼 꺼리가 있을 것 같아 머리를 굴려본다.


  역사속에서 '커피하우스'의 등장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보면 놀랍다.
     커피하우스와 똑같은 것이 일본 다도에서도 있었다. 커피하우스와 다도는 경제와 
     문화를 하나로 만드는 놀라운 특징이 있다. 게다가 그 형태가 커피하우스 혹은 다실 이라는
     클럽형 내지는 살롱형의 특별히 고안된 공간에 의해 유지되었다. 즉 그곳에는 ' 경제 문화를
     산출하는 공간 프로토타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각주:6]
     마쓰오카 세이고의 주장을 정리해본자.

     17세기 말경에 커피하우스가 런던과 옥스포드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에서 대량으로 생겨났다. 런던 대화재 사건 이전에는 대개 2층 건물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성은 1층에만 출입시키고,2층에는 남자들만 모이는 열기 넘치는 사교장이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온 진한 커피를 약간 영국식으로 세련화해 마시는,담배 연기 자욱한
     공간이었다. 그 커피하우스에서 5개 분야에 걸친 '정보 편집'이 열매를 맺었다.

    1. 커피하우스가 '저널리즘'을 창시했다. 커피하우스에는 대개 정보지가 놓여있어, 신사들이
        다투어 이것을 읽었다. 바로 정보 편집 센터였던 것이다.
       1659년에 Henry Muddiman이 <Parliamentary Intelligencer>를, 6년 뒤에는<Oxford Gazette>라는
       정보지를 창간했다. 조금 뒤에는 <걸리버 여행기>의 Jonathan Swift와 <로빈슨 크루소>의
       Daniel Defore 도 <Tettler>,<Spectator>,<Examiner> 등과 같은 타이틀의 정보지를 편집했다.
       이것들은 유럽 최초의 활자 편집 미디어였다. 여기에는 국내외의 진기한 정보가 실려 커피하우스
       에 모이는 신사들의 호기심을 부추겼다. 그리고 이윽고 유럽 저널리즘의 탄생으로 이어져 갔다.

   2. 커피하우스는 '주식 회사'를 발전시키고 보험 시스템과 보험회사를 낳았다.
      <Tettler>,<Spectator> 등을 읽고 국내외의 현상에 호기심을 느낀 신사들은, 그 눈길을 미지의 
      경제 세계에의 투자 쪽으로 돌렸다. 여기에 주목한 것이 로이즈 커피하우스의 주인인 에드워드
      로이드였다. 그는 신사들의 호기심이 남해나 인도양을 향하는 것을 알고는, 투기열으 부추겨 
      그들로부터 자금을 그러모으고 투자가 클럽을 형성한 뒤 주식 회사의 원형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컴퍼니(주식회사)'였다. 신사들은 로이즈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하여 세계 최초의
      공동 주주가 되고, 이리하여 로이즈 보험이 탄생했다.

  3. 커피하우스는 '정당'을 창조했다. 의회주의 정치의 배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당시의 정치가들은 당파마다 마음에 드는 커피하우스를 골라 들어가 그곳에서 정책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동시대의 신랄한 시인 Alexander Pope는 "커피하우스는 정치가를 현명하게 만든다"
      는 명문구를 내뱉었다. 이것은 뒷날 프랑스 혁명 때 자코뱅당과 지롱드당이 파리의 카페에 모이는
      것으로 계승되어 간다.

  4. 커피하우스에서 '광고'가 탄생되었다. 그것들은 이른바 광고 전단지류였는데,실로 엄청난 종류의
     광고전단지가 나돌았다. 대부분의 커피하우스에는 페스트 예방약이나 탐험대 모집 광고지가 있었다.

  5. 커피하우스는 도둑· 소매치기·사기꾼 등의 범죄자들과 함께 클럽을 늘려가고,더 나아가서는 
      프리메이슨 등의 비밀 결사를 키웠다.[각주:7]




재미있네. 내가 지금 홀짝 거리고 있는 커피의 역사를 보면 지금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법안을 내놓은
딴나라당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역사를 보면 뒤가 구렸던 지배 세력들이 커피를 금지했던 적이 있었다.

16세기 이슬람 메카의 베이 지사는 커피 하우스에 모인 시인들이 정치를 비판하는 시를 지어 불렀다며
'커피 금지법'을 내렸었고(그는 나중에 처형당했다. )

청교도 혁명이 성공해 크롬웰의 공화정치가 시작된 런던에서는 천막 커피점이 문을 연 것을 시초로
잇따라 커피 하우스가 생겨났는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정치 문제를 토론했다.
1660년 왕정복고를 이루었던 찰스 2세는 커피 하우스의 혁명적인 분위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반란의 온상' 이라며 문을 닫게 했다. ㅋㅋ 그때나 지금이나.

참 <걸리버 여행기>도 여기서 탄생했다. 4년 전 지금으로 치면 스타벅스 같은 곳에 모여 정치와 문학을
논하며 숱한 작품들과 혁명의 인큐베이터였다는 사실을 알고 재미있었는데 이걸 이제 써먹는구나.

정보가 흐르고 소통이 이루어지던 공간을 두려워했던 권력은 다들 뒤가 구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누가 이런 공간을 통제하려 든다면... 100% 아닐까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재산을 갖고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문제가 산업사회에서 권력 문제의 출발이라면,
정보를 갖고 있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의 격차가 권력 문제의 초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각주:8]

그런데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 망과 월드컵 이후 사이버 상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정보가 교환되기
시작하자 이게 시너지가 되어 새로운 사이버 권력이 등장했고 이 과정에서 소외된 기득권들이,전통적
권력이 빠르게 약화되어 갔다.[각주:9]

기존 기득권 세력과 새로운 사이버 권력간의 정보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권력관계를 
뒤흔들어  놨고, 그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생존방식 그대로 그저 색깔 칠하고 왼쪽에 무게추를 달아놓고 낡은 사고방식에 끼워 넣으려고
용을 썼을 뿐이다. 하긴 자기들이야 프로토콜대로 했을 뿐이겠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권력관계에 불균형이 생겼음을 감지한 기득권들이 얼마나 열받았을까 ?
   가카가 좋아하는 '경제' 적으로 생각해보자. 역사를 훑어보면 , 특히 산업혁명 이후, 변화는
   불균형을 의미했다. 불균형 조건은 고도의 이익과 성장 기회를 창출한다. 여기서 위너는 신기술
   을 이해하는 사람들,운좋게도 적시에 꼭 필요한 장소에 있게 된 사람들, 그리고 이런 새로운 
   상황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부자가 된다. 불균형한 상황은 대체로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서 야기되지만, 인간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사회학적 요인들을 간파함으로써 불균
   형을 창출하는 자도 있을 수 있다.[각주:10]여기에 권력과 기득권이 들러붙는다.
   근데 처음으로 이 과정에 기득권 세력이 소외된 것이다. 

   자칭 CEO라는 자가 내뱉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형용모순'[각주:11]이 절로 떠오른다. 
   CEO라면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 신속하게 새로운 사업을 개시하고 낡은
   사업을 폐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자발적으로 성공적인 과거를 폐쇄시킬 수 없을 때, 실패한다.
    '잃어버린 10년' 을 외치더니 진짜 과거로 돌아가버렸다. ㅎㄷㄷ


IT 강국 이라는(이젠 과거형) 나라의 권력을 쥔 자들의 OS는 DOS 수준도 안되니 말다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들만 모인것도 아닐텐데 -_-; 눈뜨고 당하고 있으려니 기가 막힌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은 파놉티콘[각주:12]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는 감옥과 소년원에서 통제와 상호감시를 극대화하기 위한 원리와 도구로 만들어낸 것인데 이 원리는
이후 많은 기관에서 노동력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한마디로 효과적으로 규율하여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푸코(M.Foucault)의 설명을 들어보자.[각주:13] 그는 중세의 권력과 근대의 권력이
    다르게 행사되었다고 말한다.절대 왕권이 주권을 상징하던 중세에 권력이란 군주 개인에게
    인격화되어 있었다. 당시 절대 왕권은 자신에게 도전하는 반역자를 군중이 모인 자리에서 
    잔인하게 처형했다. 왕의 권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쇼처럼 장엄하게 만들었고, 아주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서 군중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서
    권력은 비인격화되었고 보이지 않는 규율권력으로 바뀌게 되었다. 처벌 역시 감시시스템을
    통해서 내부화되었다. 모든 사람이 모두의 행동을 감시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며
    잔인하게 집행함으로써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감히 왕권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처벌방식은 이제 없어졌다. 그보다는 근대적 감옥의 탄생과 같이 소위 '교정'을 통해 인간적으
    로 '잘못된' 행동을 바꾸어주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것이 '모두 볼 수 있다'
    라는 의미의 '파놉티콘(panopticon)이다.[각주:14]


자, 딴나라당의 입장이 되어보자.
이 감당 안되는 네티즌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통제 하려면 무얼 먼저 해야할까 ?

절대다수의 집단화 되어 있는 대상을 통제하려면 집단에서 '개인'을 분리해내면 된다.

파놉티콘 원리를 통해보면, 규율권력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인간이란 객체를 가시화하여 통제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재분류를 해야 한다는 거지.

이는 현대사회에서 '법'을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법에 적용받는 자는 하나의 판례가 될 뿐이고 바로
문서화되어 저장되며, 이는 곧 순식간에 그리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촛불 들었다고 색소를 뿌려 골라내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낡아빠진 사고방식에서 나온
최선의 해결책인 것이다. 슬프게도 잘 통한다.후...

통제 받는 것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우리네 인생 선배들에게 누구는 국개라고 침을 뱉지만 결국
자기 얼굴에도 떨어지니 착잡하다. 연대해도 모자를 마당에 우리끼리 편가르기는 이제 그만하자.

시사IN 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냈다. " 집 두채 이상 가진 유권자 열심히 투표한다 "
    자신의 계급을 배반하는 투표를 하는 없는 자들과 vs 욕망에 충실하며 이를 행동으로,투표로 실행하는
    있는자 들에 대해 생각해볼 꺼리를 던져준다.

    헐..지금 글쓰는 도중 거실에서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뉴스 소리가 새어나온다.
       TV소리는 귀에도 안들어왔는데 '전기' 소리에 에 뇌가 번쩍. 이것도 '칵테일 효과 인가 ? -_-;
       전국의 물생활 동호인들에게 또 시련을 주는구나. 이번주에 장비 주렁주렁 추가했는데 이거
       누진세에 얻어터지는게 아닐까 겁난다. ㅎㄷㄷ 


근데 과연 그들이 성공할까 ?

구시대적이고 권위적인 옛 망령이 디지털 권력과 겨룬다면 누가 이길까 ?

'시간의 문제' 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살아온 세계는 자신들이 소유한 권력의 크기에 따라 통제가 가능했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 개인이 가진 소유권력의 크기에 상관없이 하이퍼링크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서로 Link 되어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그들 자신이 소유한 권력의 크기엔 한계가 있지만 수 많은 관계로
연결되는 디지털 권력에 잠식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구시대적이며 시대착오적인게 보수라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못하고 완장의 기쁨에
취해있는 자들의 말로를 기대해본다.

임계점이 어디쯤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1.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닫힌 세계에서는 소유권력의 크기에 따라 개인의 관계 범위가 결정되는 경향을 보임에 비해,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점차 희미해지는 열린,연결된 세상에서는 개인이 지닌 소유권력의 크기에 관계없이 관계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권력 106p참고 [본문으로]
  2. Jordan(1999),7~19 참고 [본문으로]
  3. Jordan(1999),7~19 참고 [본문으로]
  4. Sarup(1988) 참고 [본문으로]
  5. 디지털권력,19p 참고 [본문으로]
  6. 지의 편집공학,119p 참고 [본문으로]
  7. 지의 편집공학,116~118p 참고 [본문으로]
  8. 디지털권력,13p [본문으로]
  9. 디지털권력,11~13p 참고 [본문으로]
  10. 지식의 지배,57p 참고 [본문으로]
  11. 형용모순 [形容矛盾] 형용하는 말이 형용을 받는 말과 모순되는 일. [본문으로]
  12. 파놉티콘이라는 말의 그리스어 어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panoptic=fully seen or visible,seen of all, panopticon=fully visible,all seeing. pan(모두) opticon(본다)이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란 뜻을 담고 있다. (Oxford University Press),디지털권력28p참고 [본문으로]
  13. Sarup(1998) 참고 [본문으로]
  14. 디지털권력,14~15참고 [본문으로]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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