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미래

취미-독서 2009. 12. 30. 20:33 |


머리에 쥐가 난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이 책의 참고문헌은 그야말로 ㅎㄷㄷ 하다.
살바토르 세티스의 문장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역사책을 다시 꺼내봐야했다.
'이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 ?' 라며 역사 ·문화 지식은 다 생략하고 넘어가버리는데, 문제는
요구되는 최소한의 지식수준이 너무 높다. 세기를 넘나드는데 머리가 못따라가니 열받는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읽으며 심심해서 참고문헌들 Zip 이미지로 만들어본게 있는데,

    → 관련글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독서노트 http://seogo.tistory.com/264



이건 애교다. 한 파트의 분량이 저거보다 많으니 말 다했다.

방대하고 복잡한 개념을 압축해서 설명하는데 그 호흡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황새를 따라가다보면 가랭이만 찢어지는게 아니구나...뒷골이 얼얼하다. 

카프카의 하드코어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오로지 콱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주먹
  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하러 책을 읽겠는가 ?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없는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괴테의 말도.

" 학문은 두 가지 방식으로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즉 지나치게 사물의 표면에서만 머뭇
    거리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깊이 빠져들기 때문이다.

표면에서만 머뭇거려라도 봤으면 좋겠다. 근처가기도 힘드니 원...

몇년 전부터 세상 돌아가는걸 보면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고전'이 다시금 주목을 받을 것 같다.
다시금 르네상스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 같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외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변화의 DNA는 변하지 않는 것의 축을 휘감고 돌기 마련이다.[각주:1]

'영어 실력에 따라 소득에 차이가 난다' 라던 기사가 떠올랐다. 영어공부 열풍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투자'를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까 ?

뒤따라가는 인생은 참 슬프다. 노력은 노력대로 하는데 건지는게 없으니. 
   그들의 수익은 결코 '평균'이상을 상회하지 않을거라는 싸가지없지만 경제논리에 맞는 답이 나온다.
   다른이의 교육 수준이 자신의 교육수준과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지식 수준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시점 and 지금 시작한 사람들이 레벨업에 도달하는 시간
   을 고려해보면 그들이 힘들게 만렙까지 올려봤자 확장팩이 나온다.
   비극은 재미본 유저들은 뉴비들 유입되기 시작할때 이미 확장팩 클로즈 베타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형이상학적 유희를 거래하는 시장에 부가 몰릴 것 같다. 
   갤러리가 상류층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게 우연일까 ? 
   인문학적 교양 수준에 따라 소득이 차이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왔지만.
   '교양'이 중요하다며 기사화되고 난리를 치면 이미 클로즈 베타 끝나고 패치 준비중 ㅇㅇ
   

   Lester C. Thurow의 말이 생각난다.

" 중요한 점은 시스템이 내게 맡겨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만난 적도 없는 주인을 위해 고용된 총잡이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다른 누군가의 부의 
   피라미드에서 주변적인 역할을 할 테지만, 결코 나 자신의 부의 피라미드는 건설할 수 없다.[각주:2]
          

지금 대세인 애플을 보면 기술적 수준이 동등할 경우 디자인과 시적 정서가 뛰어난 하이터치 제품이
경쟁력을 발휘할 거라는 John Naisbitt 의 예언은 이미 현실화되었다.

John Naisbitt 을 생각하니 우리나라 교육은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각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경쟁력은 기술 및 예술 교육에서 나올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며[각주:3], 나아가 기술과 예술을 컨버젼스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다.
    컨버젼스하는 과정에서 감성을 불어넣는게 또 중요할텐데 이 과정에서 여성이 유리할 것 같다.
    지금 우리의 교육제도는 기술과 예술 둘 다 놓치고 있다. 후 ..안습. 


세련되고 직관적으로 보이며 긍정적인 감정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이 위너다. 
자칭 아이폰 대항마라는 삼성의 옴니아2가 루져가 되는건 당연하다. 

감성으로 어필하는 하이터치 제품,아이폰 앞에서 DMB,배터리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윈도우 모바일 좋아하는 내게 옴니아2는 정말 매력적이다. 아이폰은 아이폰이고 옴니아는 옴니아다.
제품 차별화를 아이폰과는 다른 관점에서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스티브 잡스의 획기적인 창조물에 대해 사람들이 자주 잊어버리는 점은 그 제품이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잡스가 진정으로 범지구적인 기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 지역화나 그 지역의 언어를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GQ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야 할까 ?

창의성+디자인+기술을(기술은 디자인의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 어떻게 녹여내야 할까 ?
그냥 뒤섞어버리면 되는것인가 ? 

이건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스티브 잡스가 대학중퇴하고 떠돌며 청강하던 시절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로 인간의 정보문화사를 정리하다보니 언어에서 부터
생활양식까지 '서로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인간에겐 '보편성'이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 자신에게 집중했고, 그 결과 능력을 꽃피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조건이 딱딱 맞아떨어졌던 시절.그게 언제일까 ? 


그리스인이 씨익 웃는다. 아, 조르바 ! 


헐...블로그에 글을 올리다보니 고전에 쏠리던 내 생각의 파편들이 정리되기 시작하는구나.


" 예술의 경우에, 특정한 예술의 번창 시기들이 사회의 일반적인 발전, 그러니까 이른바 사회 조직의
   골격, 또는 물질적 토대의 일반적인 발전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근대인들 또는 셰익스피어와도 비교되는 그리스인들은 … 어려운것은 그리스 예술과 
   서사시가 사회 발전의 특정한 형태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있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것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예술의 즐거움을 제공해주며,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도달
   할 수 없는 모델과 규범으로서 유용하다는 것이다.[각주:4]
 

기존의 지식,산업,아이디어들이 고갈되감을 느끼고, 고민하기 시작한 이들은 고전이라는 오아시스를
재발견한 것이다. 고전에서 퍼올릴 것들이 많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앨빈 토플러의 말이 생각난다. 

"이러한 위기조차 더 거대한 지적 드라마의 일부분일 뿐이다. 경제학과 과학이 물론 중요하지만
  세계의 더 큰 지식체계에서 상호 작용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체계는 이미 
  역사적인 격변에 휩쓸려 있다.[각주:5]


" 끊임없이 그 이미지를 변화시키면서 그렇게 상이하고 때로는 대립적인 활용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자체로서의 '고전'에다 표현의 자연스러움 · 강렬함·
  우아함 · 균형 · 완벽함 · 절제처럼 보편적이라고 간주되는 가치들을 계속 연결시키기 때문이다.[각주:6]

역사에서 고전에 회귀한 시대를 연구해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 

[고전의 미래]는 방대한 지식을 짧은 분량에 압축하다보니 생략된게 너무 많다. 뭔가 떠오르는 모호한
갈증을 구체화시키기가 힘드네.. 18세기 그리스와 로마 사이에 전개된 논쟁과 빙켈만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낯설지가 않다. 역사 ·사회 ·문화를 동시에 포개어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거 우연히 고른 책에서 생각이 폭주하니 간만에 재미난다.

[고전의 미래]독서 노트 방향을 바꿔야겠다.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 문장과 역사를 대입시키고,
정보 문화사에 포개어 보는거지. 기반을 좀 만들어놔야 제대로 읽을 수 있겠다.

빙켈만의 입에서 그리스가 나온걸 이해하기 위해서 거시적 접근이 필요할테고,
생략된 인물들.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18세기 고전의 회귀가 현대와
미래에 영향을 끼칠 것들을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

고전으로 회귀한 시대에서 이룬 성과들을 찾아보는게 먼저다. 그러면 다음 방향이 나오겠지.
다시 마쓰오카 세이고의 지식에 기대 걸음마를 시작하자.[각주:7]

<----------------------------------------18C----------------------------------------->

  바로크와 로코코 ㅣ 대박물학 ㅣ 인간과 계몽사상 ㅣ 제국주의 ㅣ 고전주의 완성 ㅣ 기술혁명 ㅣ 

       루소                  린네               볼테르            인구급증       모차르트          공학탄생                                                                     계몽살롱         외교혁명       빙켈만             우주에 대한 관심
                                                  아담스미스                           오라토리오유행 백과전서완성
                     


신고전주의 시작 단서를 찾자.

영국 바린튼 경 이탈리아 대여행 →피셔 폰 에르라하 [역사건축도집]빈 간행→ 피라네지 동판화집
[로마경관도]→ 루로와라[그리스의 아름다운 폐허]+ 스튜어드와 레베트의 [아테네의 고대건축]→
빙켈만 [고대미술사] 1764년 간행

[고전의 미래] 에서 생략해버린 역사적 사실들을 따라가보니 18세기 그리스 로마 고전 회귀 현상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카노바와 토르바르센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조각하게 된 배경들을 봐도 그렇고.


내가 궁긍한건 빙켈만에 의해 신고전주의의가 확산되는 흐름에서 당시의 부가 그리스 예술이라는
형이상학적 유희에 반응한 과정이다.  '교양' 과 '부'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살바토레 세티스나 마쓰오카 세이고 모두 공통적으로 실제 그리스 문화보다도 더 '고전'으로 
달려갔음을 지적하고 있다. 랍조이의 '충만과 낙천주의의 시대' , 모리스 마큐론 '사회적 결합의 시대'
등의 분석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보자.

흠...18세기 전체를놓고 보면 인구가 급증하고 사회에 부가 쌓여갔던 시기란 말이지.
예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하면서...바린튼 경이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져온 고전 취미가 부자들
사이에서 투기열로 불타올랐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고전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탄생했다.

에드먼트 바크가 [숭고와 미의 기원]을 써내며 미학을 말하게 된 것도 당시 사회에 작용하던 흐름일테고.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일종의 패턴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 게다가 부가 따라오면 권력도 따라온다.
 
그래서 이말이 나왔구나 ! 살바토르 세티스의 문장에서 '취향'을 발견하니 짜릿하다. 
처음 읽을때는 보이지도 않던 단어가. --^

"신고전주의 예술가들의 일정에는 단지 로코코 예술의 거부와,비록 대부분 로마의 출전들을 통한
  것이지만 계획적으로 그리스인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양식의 선택뿐만 아니라.예술을 통한
  근본적인 정치적 · 도덕적 혁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계획은 예술을 '도덕 공학'으로 간주하는
  이데올로그들의 성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말하자면 예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감정과 욕망에
  (결론적으로 말하면 취향에) 호소함으로써 시민들의 의식 속에 침투하여 새로운 행동 모델들을
  유발시키는 매커니즘으로 간주한 것이다.[각주:8]
 

역사 · 문화 · 사회에 작용한 '고전'이 부와 권력의 필요에 의해 변질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그'들이 알아챈 비밀을 찾아내는게 다음 목표다. 

이 과정에서 '두뇌' 지식을 결합하면 인간에게 코딩되어 있는 어떤 보편적 '코드'를 찾는데 더 
수월할 것 같다. 역사를 다방향으로 훑어내려가며 패턴을 찾는데 성공하고 뭔가 알아낸다면,
그때의 나란 놈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일상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관심을 유지한다는게 어렵다는걸 느낀다.
내게 주어지는 한정된 시간과 녹슨 머리로 문제를 풀려면 당장 어떻게 해야할까 ?




  1. John Naisbitt,Mind Set 참고 [본문으로]
  2. [지식의 지배],Lester C. Thurow,생각의 나무,190 P [본문으로]
  3. John Naisbitt,Mind Set 참고 [본문으로]
  4.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카를 마크스,1857 [본문으로]
  5. 부의 미래,앨빈 토플러,217 [본문으로]
  6. 고전의 미래,살바토레 세티스/김운찬,182 [본문으로]
  7. [정보의 역사를 읽는다], 마쓰오카 세이고 참고 [본문으로]
  8. [고전의 미래],살바토레 세티스/김운찬.91P [본문으로]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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