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오류는 대부분 논리의 오류가 아니라 편파적 지각에서 기인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

보통 이런 민망한 문구를 보면 출판사 장난질이라고 생각한다. 뭐 팔아야 하니 이해는 한다.
근데 다 읽고보니 빈스 에버르트(지은이)는 스스로 이런 뻔뻔한 문구를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책에 자기가 추천을 하다니 -_-;
게다가 "둘이 웃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다 !" 는 아무 공신력없는 아마존 독자.

밉상짓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이 있다. 빈스가 그러하니 패스.


Q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다는게 가능할까 ?
A : 300년 전엔 가능했다. 당시 사람들은 당대의 전체 지식,이른바 토툼 Totum을 지녔다.
     오늘날 세상의 지식은 5~10년 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구글은 300억개가 넘는 웹 사이트를 검색한다.
     Totum은 전체라는 의미의 라틴어.


독일식 유머에 내가 적응을 못하는건지 웃다가 죽을 정도는 아니고 '낄낄 10% +피식'



빈스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 스스로 생각하라, 안 그러면 남들이 대신한다 !


책을 읽다보니 홍세화가 생각났다. 이번에 <생각의 좌표>를 써냈던데 예전에 다른 책에 쓰인 그의 추천사
에서 뭔가...이 주제로 책을 쓰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아 떨어졌다.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에선 인간의 뇌가 현실을 그럴싸하게 속여 믿는 과정을 알려주고, 어떻게 그
속임수에서 벗어날지 알려준다. 우리는 우리가 듣는 것을 듣는 게 아니라 뇌가 우리에게 듣게 하는 것을
듣는다. 블로거 inuit 님이 쓴 <가장듣고 싶은 한마디 Yes>의 '파충류의 뇌'가 여전히 우리를 후려친다.

문제는 진화의 과정에서 각인된 프로그래밍 코드를 기업들이,혹은 사기꾼들이(라고 쓰고 정치인,언론인)
훔쳐 쓴다는 것이다. 24시간 뉴스와 광고와 노출되어 살아가다 정신줄을 놓는 바로 그 순간, 그들이
심어놓은 악성코드가 작동한다. 허락도 안받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백신 개발자들이 버텨내기 빡센곳이다. 가끔 페인트볼에 맞고 다굴당하기도.

지금 생각해보니 대학에서 배웠던 마케팅 관련 지식 중엔 어떻게 대중들 모르게 무의식을 건드려 지갑을
열게 할 방법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열받네. --^


싸이코그래픽스(Psychographics) 지식을 활용해 물건을 사게끔 일종의 스토리보드를 짜서 광고를 
내보내는건 어찌보면 반칙아닌가 ? 흥얼거리게 만드는 후크송 CF들도 인간의 기억구조에 대한 지식을
악의적으로 써먹는거잖아. 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 니들이 그러라고 연구한게 아닐텐데 ?

ㄴ소비자행동연구는 인간의 감각,주의,지각,태도,심리,기억,학습 등을 다룬다.
   빅뱅이론 3시즌 3편을 보면 쉘든이 페니를 초콜렛으로 길들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드라마에서만 일어난다면 착각이다. 



빈스 에버르트의 책에서 뇌에게 속지 않는 법을, 홍세화에게선 사회에(라고 쓰고 정치인들) 속지 않는
법을 배운다면 균형이 맞을 것 같다.


칸트가 말했듯이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생각하는 바에 관해서도 자유로운 존재
는 아니다. 나는 지금 무척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은 내가 만들어 가진게
아니다.사회를 살아가면서 갖게 된 것이다. 그 중에 어떤 생각은 "이 생각은 나도 가져야지"
하고 갖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안에 들어온 것이다. 내가 가져야 할
생각인지 아닌지 판단력이 없을 때에 이미 내 안에 들어와있는 생각도 많다.
 - <거꾸로 생각해봐> 의 홍세화 추천사 부분 7쪽.


1.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2.그렇지만 태어날 때 생각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니다.
3.지금 나는 무척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4.그 생각들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진 게 아니며 내가 선택한 게 아닐 수 있다.
5.그럼에도 나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6.더구나 내 생각 중에 잘못된 게 있어도 나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7.그러므로,나는 끊임없이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를 자기가 어떤 열정을 가졌는지 모르는 최초의 세대라 한다면 그건 누구 책임일까?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일까 ?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헤쳐나가라는 누구의 주둥이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더 심해질 듯.

다시 빈스 에버르트의 말,



+ 18:34분 본문추가. 댓글에 답하다보니 포스팅할때 빼먹은 내용이 있다. 

빈스가 자신이 왜 과학적 사고 방식을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과정에 나온 말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답할 수 없는 본질적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과학과 종교가
갈라지지요. 빈스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믿음으로 채우려는 종교적 접근에 반대합니다.

추측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를 하여 증명하는 과학의 기본 사유 방법이 너무 쉽게 믿어
버리는 것보다는 낳다는 걸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리고 빈스가 스스로 생각하라는 말은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구성하여 자신을 속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빈스가 말하는 '스스로 생각하라'는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을 한 것입니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 맞거든요.

그의 책에선 '인간의 뇌는 구조와 질서가 전무한 경우에도 구조와 질서를 인지하고 
그로부터 법칙을 유추하려고 한다' 정도로 짤막히 설명했기에 오해를 살 수도 있겠네요.

지식을 조금 더 확장시켜보면,
우리가 생각을 하면 뉴런이 연쇄적으로 흥분하고,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편집공학에선 두뇌 속을 지식이나 이미지로 이루어진 무수한 링크들로 이루어진 
'의미 단위의 네트워크'라고 부릅니다. 이 네트워크들이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무수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 링크들을 더듬어보는 과정이지요.

근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납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할때 입력되는 정보를 다 저장
하는게 아니라 압축을 해버립니다. .
압축 과정에서 뇌가 어떤 정보는 받아들이고, 어떤 정보는 버립니다.
이를 필터라고 생각해보면 각 개인마다 다른 필터를 갖고 있겠지요. 사회 문화적 영향도 있을테구요.

근데 이 필터엔 우리가 직접 받아들이는 정보 외에도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갖게 된 우리가
제어하기 힘든 필터도 있습니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트리거' 필터도 있는데 주로 뇌간에
저장이 되어 있다고 배웠습니다. 뇌간은 원시적인 동물적 충동의 원천으로 기능하기에 프로이트의
이드와 비슷하다고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원시적 영역이 고등중추에 의해 통제받다가
가끔씩 솟구쳐 오르는 때가 있는데 이때 대뇌피질이 차단되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게
아니라 뇌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정치나 언론에서 자주 쓰는 필터 중 하나가 '불안'이지요. 교묘히 부추김당해 끌려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는 '스스로 생각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필터를 인류 역사상 가장 잘 써먹은 이가 히틀러고, 그 이후 기업이나 언론,정치인들이 잘 써먹고
있습니다. 지금 뉴스틀어도 나오네요. 스스로 생각해야 끌려다니지 않겠지요.

제가 받아들인 스스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설명한다고 좀 오바했네요 ㅎㅎ; 
참, 당연히 이 책의 내용에 다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읽는이에 따라선 불쾌할 수 있는 내용도 다수 있네요.


헐...쓰고보니 쓰잘데기 없이 심각해보인다.

이 책에서 낄낄 거리며 읽었던 부분이 있는데...119쪽 이군 ㅋㅋ



어랍쇼 ? 근데 이거 낯설지 않다. 빈스 에버르트 이전에 누군가 이미 공식을 도출(?)해서 인터넷
짤방으로 많이 돌아다녔는데... 구글의 존재가치는 이럴때 빛이 난다. 





찌질함도 이정도면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야나기타 리카오의 책에 나온 내용. 저 짤방은 <공상과학대전 2편>


쓰잘데기 없는 짓도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면 작품이 된다는 리뷰때문에 더 웃긴다.

이 찬란한 목차를 보라.

1권

제1부 설정편
시간제한 - 영웅은 단 3분안에 지구의 평화를 지켜야만 한다!
비밀기지 - 정의의 조직이 가지는 기지는 반드시 비밀기지여야 한다!
개조인간 - 영웅의 정체는 반드시 우주인이나 개조인간이어야 한다!
인간형 로봇 - 정의의 로봇은 반드시 인간형의 모습이어야 한다!
방사능 거대화 - 방사선을 쬔 동물은 반드시 거대하고 흉폭한 괴수로 변화하여야 한다!

제2부 능력편
지능지수 - 주인공은 체력 뿐 아니라 두뇌도 뛰어나야만 한다!
분신술 - 영웅은 민첩한 행동력으로 분신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빔 병기 - 끝내기를 위한 병기는 미사일이나 포탄이 아닌 빔이어야 한다!
반중력 - 날개가 없더라도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 수 있어야 한다!
순간이동 - 초광속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순간이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3부 도덕편
주특기 - 모든 괴수는 내세울 만한 특기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다!
완벽한 승리 - 영웅이라 불리는 자, 평범한 승리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무에서 유를 낳는다 -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괴수나 옷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놀라서는 안된다!
최강 영웅 - 영웅은 어떤 일이 있어도 비겁하게 싸워서는 안된다!
2권

제1부 설정편
괴수의 신장과 체중 - 고지라 2만 톤, 가메라 80만톤, 과학적으로 적절한 체중은 어느 쪽?
히어로의 변신 - 가면라이더가 순간적으로 변신하는 것은 굉장히 건강에 해롭다!
히어로의 거대화 - 울트라세븐이 거대화하는 데는 최소 9시간 반이 필요하다!
히어로의 에너지원 - 풍력으로 싸우는 가면라이더. 저 벨트로 그런 파워는 나오지 않는다!
거대 로봇의 조종 - 마징가 z에 올라타고 조종하는 코우지. 멀미는 피할 수 없다!
괴수의 무기 - 괴수는 불이나 광선을 뿜는다. 생물에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제2부 기술편
울트라 업어치기 - 레드킹을 던진 울트라맨은 자기 기술에 기절해 버린다!
울트라 물줄기 - 필살기, 울트라 물줄기는 북반구를 빙하기로 몰아넣는다!
100만 도의 화염 - 괴수는 10만 도나 100만 도의 불을 뿜는다. 실현하면 어떻게 될까?
히어로의 비행 - 울트라맨이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넙치가 될 수밖에 없다!
초음속비행 - 울트라세븐이 마하 7로 날면, 당장에 몸이 찢어진다!

제3부 초과학기술편
지저전차 - 제트모구라 탱크는 회전하는 관이다.
인공중력 발생장치 - 우주전함 야마토는 어떻게 중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초고속 머신 - 시속 3,000km로 달리는 바리어스 7. 운전수는 확실히 절명한다!
로봇의 공중합체 - 컴배틀러 V의 합체는 시간이 너무 걸려 위험하다.
배리어 - 광자력 연구소의 방어용 배리어. 실제로 만들어보면 황당무계!


 시냅스는 모르는 여자 치맛속에는 관심없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빈스의 유머보다도 책에 간간히 나오는 생명의 신비가 더 재미있었다.
워낙 충격을 받았던지라 노트해놓은거 인터넷으로 다 찾아 포스팅할 계획.

해초강은 생물학의 특별 케이스다. 이 무척추동물은 어릴 때 활기차게 대양을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그러다 모래톱에 편안히 자리를 잡으면 곧바로 원시 뇌를 해체해버린다.
똑같은 일이 텔레비전을 보는 고등 척추동물들에게도 벌어진다. - 25쪽.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는 동물 종들조차도 간통으로 태어나는 새끼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인간의 경우에도 그렇듯이 암컷들은 대부분 훨씬 교묘하게 바람을 피운다. 예를 들어 몽구스
는 짝짓기를 할 때 보통 굉장히 시끄럽게 군다. 그러나 몽구스 암컷은 외도를 하기로 결정
하면 상대 수컷과 수풀 뒤로 가서 찍소리도 내지 않고 짝짓기를 한다. 여자들은 비밀을 간직
할 줄 아는 반면 남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영웅담을 떠벌려야 한다. -222쪽.

한 연구 팀이 고릴라 집단의 친척 관계를 조사했다.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가장 힘이 세고
행동력 있는 수컷인 실버백이 무리의 모든 암컷과 짝짓기를 할 독점권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를 하자 새끼 고릴라의 20퍼센트만이 우두머리 수컷 자식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뻔해 보인다. 실버백은 끝없는 서열 다툼 속에서 줄곧 지도자의 위치를 방어해야 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결혼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 사회적 최고 위치를 둘러싼 싸움은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에 암컷들은 그들대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비록 지위는 낮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서열이 낮은 수컷들과의 잠자리를 즐긴다. 이런 현상은
호모 사피엔스 사회에서도 '쾰른 카니발'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 223쪽.

헐...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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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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