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자전거에 미쳐있을때 나의 Hero. 랜스 암스트롱

투르 드 프랑스 2003 7월 21일 월요일 Stage 15 에서의 랜스를 어찌 잊으랴.

싸이클 경기를 보고 감동에 눈물을 흘려본건 처음이자 마지막 일듯.
다행히 그때 캡쳐해둔 파일이 남아있다. 



159.5 KM의 산악 구간 경기. 자전거좀 탔다는 사람이라면 코스만 봐도 ㅎㄷㄷ 거린다.

인생은 길다. 하지만 '길다'는 건 상대적인 말이다. 폐달을 밟으며 언덕을 오를 땐 일분이
한 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세상에 투르 드 프랑스보다 길게 느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투르 드 프랑스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고속도로 가드레일보다도 길고,울타리라고는 하나
도 보이지 않는 바싹 마른 겨울 들판만큼 길다.  - 본문 265쪽.

 



승리의 옐로우 져지를 입은 랜스 암스트롱의 포스.



이상하게 보는 내내 조마조마 했다. 관중들이 들이대서 넘어지면 어떻게 하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랜스가 잘 치고나가는 도중 관중이 흔드는 노란 손수건에

핸들바가 걸려서 넘어지고 만 것이다. 다시봐도 열받네.

투르 드 프랑스에서 예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3주 동안 당연히 갑작스러운 공격,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사고,놀랍게 선두로 나서는
선수들이 있었다.  -  본문 339쪽.

머릿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스쳤겠지...선두와의 시간차는 ? 자전거 손상은 ? 몸은 ?  




넘어진 팔뚝에 피를 흘려가며 선두 그룹을 따라 잡는 장면.울면서 봤다. 분했다.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위해 준비한 그 고된 시간들이 고작 개념없는 관중때문에 날라가다니.

나는 투르 드 프랑스 준비를 위해 시즌 전체를 희생할 작정이었다.
투르 드 프랑스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봄 클래식 경주에는 하나도 출전하지 않았다.
세계 사이클 경기의 근간을 이루는 유명한 경주들인데도 말이다.  - 본문 268쪽.

근데 바로 이 시점에서. 랜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내게 랜스는 평생 이때의 모습으로 기억되리라.


툭툭 털고 다시 달리더니만 선두를 다 따라잡아버린다. 저긴 업힐 구간이다. 업힐 !

2 Km 높이의 봉우리를 로드로 오른다는건 끔찍한 일이다. 보기만 해도 허벅지가 아린다.

부평에는 공동묘지라는 좋은 연습용 업힐 코스가 있다.

짧은 구간이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동호인들은 떡실신 확률 90%. 경험해보면 안다. 업힐의 고통을.

그런 업힐을 전속력으로 끝까지 치고 나갔으니 영웅이라 부른다. 게다가 그는 암을 극복했다.

투르 드 프랑스 업힐코스는 악명이 높아서 선수들이 기절하기도 하고 사망사고가 나기도 한다.

투르 드 프랑스를 말도 안 되는 경기라고 볼 수 있다. 200명의 사이클 선수들이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 3주 동안 프랑스 전체를 일주하는 것이다. 물론 산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 바보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을 빼고는 말이다. 그건 목적 없는 고통의 대회이다.  - 본문 265쪽.


그리고 그는 또한번의 감동을 준다. 아...대인배



1위에 있던 선수마저 따라잡고 치고 나가기전 등을 두드려 주는 모습이다.

업힐 구간에서 정신적 여유가 있을리가 없을텐데 다른 동료까지 배려하는 저 인간미.


오래되서 저 선수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을 치고 나가는 랜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랜스 암스트롱은 결국 1위로 들어왔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랜스를 보며 한참을 훌쩍이다 미친듯이 도로를 달리고 왔던

그날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현재 그의 삶은 자서전과는 많이 변했다. 개인사정이겠지만 항암치료기간 내내 그를

지켜주었던 부인과 이혼했다는 사실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했다. 

그래도 그의 Live Strong 재단은 꾸준히 암환자를 돕고 있다. 


책으로 돌아와서, 그를 만난다면 정말 묻고 싶었다. 


" 경기 내내 대체 무슨 생각을 합니까 ? "  2시간만 달려도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버리던데요.

내가 항상 받는 질문이다. 별로 흥미로운 질문은 아니다. 
굳이 답하자면 나는 사이클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내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지 않는다.
다양한 구간에서 써야 할 기술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에게 거듭 말했다.
이 구간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계속해서 나 자신을 몰아가야 한다고.
경쟁자들 중 누군가가 어택할 때를 대비하여 항상 경쟁자들을 주시했다.
사고를 당할까 봐 주위에 있는 것들에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 본문 302쪽.

아..랜스 생각을 하니 몸이 근질거려서 미치겠다.

당장이라도 달리고 와야 시원하겠는데 자전거를 다 팔아버렸으니 ㅡㅜ

ㄴ 도로 라이딩 도중 차랑 키스해서 다 팔고 몸 사리고 있습니다. 


고통은 일시적이다. 일 분, 아니면 한 시간, 하루, 일 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고통은 잦아들고, 그 자리를 다른 것이 메우게 된다.
하지만 고통과의 싸움을 중간에 그만두면 고통은 영원히 지속된다.
고통에 항복하면 고통은 평생 나를 따라 다닌다.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면 
나는 자신에게 묻는다. 무엇과 함께 살아가고 싶으냐고.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 그리고 싸움을 계속할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다.
그 어떤 트로피보다 훌륭한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내가 고통을 좋아한다는 걸 아실 것이다. 왜 고통을 좋아할까 ?
고통은 자신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게 이유다. 경주마다 선수가 자신의 진정한 적수는
바로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나는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매번 내가 고통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진다.
내가 내면의 나약함을 발견할까, 아니면 내면의 힘을 찾아낼까 ? 내가 과연 경주를 끝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고통이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잇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언제나 우승하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도 겨우 완주만 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매번 경주 때마다 내가 삶을 사는 능력을 또 한번 업그레이드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사이클을 타는 것이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열심히 달리려 애쓰는
것이다. 나는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다. 살만큼 살고 나면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나는 자전거를 탈 것이다. 그리고 아마 자전거 위에서 쓰러질 것이다.

나는 암이 죽음의 한 형태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암을 다시 정의하고 싶다.
암은 삶의 한 부분이라고 말이다. 회복기에 있던 어느 날 오후, 나는 암이라는 단어로
6행시를 지었다. (Cancer)

Courage - 용기
Attitude - 태도
Never give up - 절대 포기하지 않기
Curability - 치료
Enlightenment - 깨달음
Remembrance of my fellow patients - 동료 환자들에 대한 기억

+ 랜스 암스트롱 소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1971년 9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플레이노에서 태어났다.

유소년 시절에는 철인 3종 경기를 하였고, 고등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사이클 선수로 데뷔한다.

사이클 선수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1996년 고환암 진단을 받는다.

암세포는 가슴과 뇌에까지 침투하여 생존확률 3%라는 담당의사의 소견까지 받게 된다.

사망신고와도 같은 진단에도 불구하고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쪽 고환을 잘라내고 뇌를

절단하는 등의 대수술 거치고 16개월의 항암치료와 투병의 세월을 이겨낸 그는 1998년 2월 사이클계로

당당히 복귀했다. 이듬해인 1999년, USA 사이클링이 '금세기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중

하나로 꼽은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일궈냈고, 이어 2005년까지 내리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랜스는 암을 극복한 데에서 만족하지 않고,'랜스 암스트롱 재단'을 설립하여 암 환자를 돕는 일에 적극적

으로 나서고 있다. 이 재단에서는 '강하게 살자(Live Strong)'라는 글자가 새겨진 노란 고무밴드를 1달러에 판매 하며 암환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ㄴ 랜스 암스트롱 최근 사진


+ 10.01.21 인터넷 서핑중 발견한 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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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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