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피어 2 - 인간실험 2년 20분

+ 2009.11.11~16

ㄴ   우석훈의 책에서 [바이오스피어2] 조한혜정의 책에서[죽음의 수용소]가 언급된 걸 보고 아무생각없이 

      이번 입원기간 동안 읽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책은 모두 '인간실험'에 관한 책이다.

      우석훈과 조한혜정이 그렇듯, 두 책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두 책을 포개어 읽다보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어나던 일과 바이오스피어 2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다르지 않았다. 빅터 프랭클의 친구가 수용소내에서 희망을 잃고 스스로 퇴화하던 모습과 바이오 스피어2 안의

      대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보여주었던 행동이 다르지 않다.

      아주 오래전 남극기지에서의 폭행을 다루었던 기사가 떠오른다. 인간이 나약하고, 어쩌면 악마와 같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될때 나타나는 현상들,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자신에게 벗어남으로써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빅터 프랭클이 책을 마치며 정리했던 말과 다르지 않은것 같다.

  

      아뿔싸 ! 병원에서 생기를 잃어버리고 기계적으로 읽어나갈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와서야 !

   

     요즘들어 -내 자신을 보며 - 인간이란 존재는 참 복잡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그보다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존재가 아닐까 ? 

     대부분의 사람은 악으로 기울어지기에 성악설을 지지하게 되지만.    

ㄴ  제작비 2억 5,000만 달러짜리 인간군상들 드라마를 본 느낌. 
     젠 체하지 않는 에드가 이 책을 읽고 난 뒤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인간을 깨지기 쉬운 유리에 비유한 시가 있었는데 떠오르질 않네...그 시로 책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듯.

ㄴ 리더였던 존과 마그렛은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데 열정은 있었으나 위기관리 능력에 부족했다.

    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파멸로 들어선 것이지.

    존에게 스캇 버쿤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책 <난관에 대처하는 법> 부분을 보내주고 싶다.

    팀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지원책을 마련했더라면 어땠을까 ?

    할리퀸이 마그렛에게 심리치료를 요청했음에도 계속 씹었던걸 보면 그들은 스트레스 관리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압박감의 임계지점에 도달한 대원들의 행동이 묘사된다. 일반의 프로젝트 관리론에서도 압박감 관리가

    나오는데 밀폐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에서 그에 관한 리더들의 고민이 없었다는게 실패 요인.

목차

제1장   산소가 줄어들고 있다.
제2장   황무지에서 우주 온실을 꿈꾸다
제3장   꿈의 캐러밴에서
제4장   바다가 가져다준 변화
제5장   콴번 다운즈에서의 1년
제6장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다
제7장   척추동물 X,Y,Z,그리고Z
제8장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제9장   1991년 9월 26일,밀폐되다
제10장  지도에도 없는 세계를 탐험하다
제11장  길고 어두운 겨울이 지속되다
제12장  전화선으로만 연결된 세상
제13장  피자 한 판을 만들기까지 넉 달이 소요되다
제14장  황금이냐,아니면 납이냐
제15장  사막의 모래에 그어진 선들
제16장  굶주림,질식,그리고 완전히 미쳐버리기
제17장  야생마 꿈을 꾸다
제18장  역기능 집단이 돌아가는 방식을 밝히다
제19장  산소 먹는 괴물을 찾아내다
제20장  아직도 멀었냐?
제21장  바이오스피어1으로 귀환하다
제22장  서른일곱 가지 상표의 케첩
제23장  만우절에 속아넘어간 바보
제24장  그러면 이제 뭘 하지 ?

이것은 살기 위한 배움이었다. 우리의 앞길에서 자라고 있는 장미가 내뿜는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기 위한 배움
이었다. 맹목적으로 인생의 여정을 서둘러 따라가는 대신,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배움이었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은 느림의 삶이 지니고 있는 소박한 사랑이었다.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은 이런 느린 삶의 달인들이지만, 우리의 현대적 삶에서 이런 느림은 곧 혐오의 대상이었다.
느림의 삶은 자발적으로 세상과 격리된 채 2년을 지내는 삶을 택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이것은 바이오스피어 대원이 되기 위한 배움이었다. -본문 84쪽.

특정한 기간 동안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뭔가 진정한 돌파구라는 것이 존재하는 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 '그래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는 것으로 모아질 때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진정으로 독창적인
연구자는 말도 안 되는 것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본문 156쪽.

"우리들 가운데 우리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없다"고 워렌 베니스와 패트리셔 워드 비더만은 집단이
뭔가를 이루어내는 능력을 가리켜 자신들의 공저[천재정을 조직하기,창조적 협력의 비밀]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들은 혼자서 영웅적으로 역경에 맞서 싸우는 위대한 개인의 시대는 끝났다고 여긴다. 오늘날의 숱한 난제들을
단 한 사람이 맞붙어 싸워나가기에 이 세상은 너무도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지도자가 필요치 않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즉 위대한 지도자들 홀로가 아니라 위대한 집단과 생산적인 관계 속에 존재하는 위대한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동맹 속에서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집단은 함께 그 어느 쪽도 불가능한 어떤 것을 이루어낼
수 있게 된다. 지도자는 집단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을 돕는 집단 성원들은 자신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위대함을 발견하게 된다. -본문 234쪽.

어딘가에 갇혀 지낸다는 것은 우리 심리에 기묘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우리의 과거사가 우리의 양심을
억지로 끄집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이오스피어 대원 몇 명을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미해결인채로
내버려뒀던 부분들을 어떻게든 처리하고자 하는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세계에서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우리는 우리가 떠나온 세계에서 벌였던 일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야만 한다는 심리라고 할 수 있었다.  -본문 297쪽.

예술은 우리의 생활방식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예술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바쁜 일상의 힘든
일과는 다른 수준으로 우리를 끌어내주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목전에 닥친 이런 저런
문제점에 대해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기란 너무도 쉬운 일이었겠지만,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고개를 쳐들어
위를 올려다보게 만들었고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세상을 보는,그리고 세상
속에 존재하는 다른 방식도 있음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식탁 예절은 야만인 수준으로 되어가고 있었던 반면,최소한 우리는 예술에서 정중함과 찬양이라는
느낌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본문 311쪽.

오늘날 NASA가 축적해온 경험은 완전한 멸균 처리를 하려드는 것보다는 다양한 여러 종의 박테리아가 어우러지는
든든한 생태계가 실제로는 병균의 침입에 훨씬 더 강한 저항력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었다.
완전히 멸균 처리가 되어 아무런 박테리아도 살고 있지 않는 텅빈 시스템에 한 가지 병원체가 침입하게 된다면,
그 병원체는 화학적 혹은 환경적 변화를 주어 구제하는 방법 이외에 그것을 제지할 다른 요인들이 전무한 상태
에서는 창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일한 병원체가 각 요소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건강한 박테리아들로 이루어진
생태계에 침입하면, 다른 박테리아들은 침입자를 내쫓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다. -본문 325쪽.

가장 괴로운 것은 겨우 몇 개월 전만 해도 내가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했으며,애초에 생각하고 있었던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바로 그 사람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비참한 기분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사르트르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은 바로 타인이다 !
실제로 나는 사르트르가 옳지 않다고 여긴다. 객관적으로 그런 끔찍한 인생을 살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나,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격언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내 인생은 비참한 것일지 모르지만, 내가 비참한 것은 아니다 " 그것은 전적으로 인생을 어떤 식으로 지각하는가,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쪽을 택하느냐의 문제다.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완전히 비참한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본문 355~356쪽.

존 블라를 비롯한 다른 우주 비행사들은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4개월에 걸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자신들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하여 거의 혹은 전혀 훈련을 받지 않아 지엽적인 도움밖에 주지 못하는 지상의
핵심 지원요원들과 일해나가는 것에서 점점 더 큰 정신적 피로와 긴장을 느끼게 된다고 보고했다.
설상가상으로 고립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임무통제본부에서 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 여하에 따라 대원들의 사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본문 407~408쪽.

우리는 내부적으로 그런 큰 불화를 겪으면서도 어떻게 이 실험을 계속해올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사람들로부터 자주 받았다. 내 생각에는 우리 모두가 연극 훈련을 받은 것이 이 다양한 상황에서
그토록 다르게 행동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았다. 토니 버지스는 여러 해 전 꿈의 캐러밴에서 마크 넬슨과
나눴던 대화를 회상한다.
"마크는 이렇게 말했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은 뭐든 하고,우리가 맡아 연기해야
 할 배역은 뭐든 맡아 연기하고,해치워야할 필요가 있는 일은 뭐든 해치우죠' 그게 바로 당신들 집단이
갖고 있는 활력의 원천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모든 것이 다 연극인거죠. 배역을 맡고,
그 배역을 훌륭하게 연기해내는 것 말입니다. "
혹자는 이것을 기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자유롭게 벗어나기라고 부른다.
우리는 누군가가 얼마나 자격을 갖춘 사람인가에 매달리기보다는 그 사람이 얼마나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해내는 데 유능한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418~419쪽.

뭔가의 정점에 올라갔다거나,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에 있었거나 하는 경험을 하고 난 이후에
달리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넣을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닥치게 되는 잘 알려진 현상 한 가지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일종의 산후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빠져버리게 된다.
테이버와 나는 일부 초기의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나 달의 주위를 한바퀴 도는 기념비적 비행을 하고 난
이후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을 해내고 나면
그들에게는 이제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아니면 적어도 그렇게 느끼게 된다.
사실상 그들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버린 것이다. 최소한 그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일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유용하며 도전정신을 발휘해볼 수 있다고 여기는 뭔가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해나간다. -본문 282쪽.

수중에서 6개월 이상을 보낸 잠수함 승무원들은 항구에 도착하기 두어 주일 전부터 조업 단축자 증후군
을 보이기 시작한다. 분노와 혐오를 억눌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되면서 그런 감정은 서로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자연히 식당 같은 곳에 모이게 되면 고함을 질러대는 큰 말다툼이 벌어지거나,
서로에게 잔인하고 못된 장난을 치게 된다. Short timer's syndrome -본문 531 쪽.

바이오스피어1에 귀환한 지 10년이 지나고,나는 이 문제를 수잔 슈워츠 박사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내 증세에 대해서 아마추어인 내가 내린 진단이 맞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것인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것이었다.  -본문 5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