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해서 버는 걸로 남은 일생을 보내려고 하니 하..이건뭐...

근 20년 사회생활하며 열심히 보낸거 같은데 은퇴하고 보니 

레벨 1로 다시 레벨업하는 기분입니다.



게임처럼 NPC가 주는 퀘스트 따라가면 자연스레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길을 밝혀야 하는데 길이 안보입니다.


한달에 평균 20권 이상씩은 읽은 것 같은데 파편화된 지식이

찰지게 뭉쳐져서 좋은 반죽이 될리가 없습니다.


뭔가 쉽게 알고얻고 싶다는 열망에 그저 열심히 정보를 탐닉하던

노력중독자로 살다 깨닫고 보니 1년이 지났습니다.


헐.


열심히 해서 되는게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책을 보고 몰두하며

스스로 뭔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에 취해 1년을 보냈습니다.


저처럼 직장 생활 은퇴하고 투자자로 살려고 하는 분들이

혹, 이글을 보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공부한다고, 책 찾아본다고 다시 학생이 되지 마세요"


내가 갖고 있는 나름의 세상살이 짬밥을 무시하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고군분투할 필요가 있을까요 ?


방향성 없는 노력은 시야를 좁게 만드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투자에 앞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지식 습득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은퇴자에게 가장 가치있는것은 시간입니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와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야할 시간을

장님 코끼리 만지듯 지엽적인 정보 습득에 낭비하는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세상사엔 모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직장 생활 후반전에서 성공했었던 패턴 몇 가지를 변형해서

새로 조합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이때 회사 나왔어야 하는데...회사만 배불리고 @#$@$#%&


무에서 뭔가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것들, 특히 자신이 얻은

나름의 통찰력이든 뭐든을 활용하고 강화하는게 쉽습니다.

제 경험엔 성공의 확률도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물론 이건 우리 같은 경험 많은 은퇴자에게 해당됩니다. 



작년에 읽었던 「콘텐츠의 비밀」을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진정 무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가는 한 사람도 없다.

모두 과거의 경험을 일단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 그것을 

비전으로 뇌 속에 재현한 것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비전을 표현할 때 능력의 한계로 인해 정확히 재현할

수 없기 때문에 독창성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천재란 ?


창작가는 과거의 경험에서 탄생한 패턴을 조합하여 콘텐츠를

만들어갈 뿐이다. 그렇다면 천재 창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 


많은 패턴을 알고 있을 사람 아닐까 ?  


-본문 205쪽 


제 1년의 깨달음은 이겁니다.


1. 과거의 경험에서 몇 가지 패턴을 찾아낸다.

2. 그 패턴들을 조합해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낸다.

3. 투자의 영역에서 패턴을 적용한다.


물론 시장 진입자로서 기초 튜토리얼 습득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초 지식 습득' 하는 행위 자체에 너무 몰두해서 시간을

소비하는건 현명하지 못합니다.


노력중독에 빠져 그저 열심히만 보냈던 1년을 돌아보고 

제 자신에게 처방을 내렸습니다.



하루 6시간 


책이든 컴이든 일은 6시간 이하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니 어떤 날은 점심 먹고 나면 퇴근시간입니다.

더하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꿈틀거려서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노력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산책 나가고,

다른 경험을 해보려고 시도합니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보니 습득할 정보 선택시 신중해집니다.

정말 이게 중요할까 ? 리얼뤼 ? 되묻게 됩니다.


무겁던 머리도 가벼워지고 질문을 많이 던지게 되니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도 다시 찾아옵니다.


남은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우리들의 투자라는 새로운 영역 

적응 방식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 파편화된 지식을 우겨넣는 것보다 사유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쪼그라들면 될 일도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됩니다.


여유를 잃으면 자신만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마련.


맨큐의경제학을 백만년만에 펼쳐보니 이 문장이 반겨줍니다.


"경제학은 인간의 일상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1890년에 나온 「경제학 원론」의 저자 Alfred Marshall의 말입니다.


제 나름의 원칙대로 생활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종종 블로그에

올릴 계획입니다. 


" 미래에 우리가 하게 될 질문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더 

좋은지 여부가 아니라, 그런 선택의 기회를 잡은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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