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행 KTX에서 읽을 책으로 '문화의 패턴'을

선택했다. 이상하게 기차 안에선 옛날 노래,

오래된 책들 보는 맛이 유난히 좋다.



책 후반부 1930년대 미국 미들타운의 사례에서

현대의 일본과 우리나라를 보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미들타운>은 일반인의 행동이 이웃과 조금만 

달라도 두려워하는 도시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남한테 기생하는 것보다 괴짜로 낙인찍히는 것이

더 두려움의 대상이다. 가족의 누구라도 이웃과의

일치가 부족하다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엄청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양말을 신지 못하고,

어떤 춤 강습에 다니지 못하고,어떤 차를 운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커다란 비극을 느낀다.

남과 다를가 두려워하는 마음은 <미들타운>을

지배하는 동기이다.[각주:1] 



사회 부적응자,루저로 몰리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따스한 시선을 여러 장에서 느꼈다.

당시 보수적인 미국에서 여성,동성애자로 

살아남기 위해 문화인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저자이기에 더욱 그랬다.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고정된 "비정상적"특징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문화의 제도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다.이런 일탈자들이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체로 보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활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그들의 체질적 반응이 사회의 지원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각주:2]



분명히 개인적 적응의 적부는 어떤 동기를

추구하거나 혹은 그 동기를 기피하는 데 

달려 있지 않다. 그 둘의 상관관계는 다른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그 사회의 특징적 행동과

어울리는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 선호되는 

것처럼,그 문화가 거부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

들은 무시되어 버린다. 다시 말해 문명의

제도가 뒷받침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정상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문화의 전통적 형태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예외적인 사람들이다.[각주:3]


현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신병적 비극의

무거운짐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의관용,미들타운이나 기타 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원 자존심과 독립심 등의 촉진,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의 실시이다.

...중략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회에서

실패자는 체질이 아예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 

아니라,단순히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다.

열등 콤플렉스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고통을

일으킨다. 이런 유형의 피해자는 타고난 강력한

소질 때문에 좌절을 겪는 그런 역사를 겪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좌절은 흔히 어떤 목표를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다. 전통적인 목표는

주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문화적인 함축이 있다.

성공을 강박적으로 요구하고 또 성공이 소수에게만

주어질 경우,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부적응이라는

극단적인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각주:4]

 


어떤 문명의 문화적 패턴은 인간의 잠재적 목적과

동기들로 가득한 커다란 스펙트럼 중 일부를 

활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각 문화는 그들이 

선택한 물질적 기술이나 문화적 특성을 활용하여

문화의 패턴을 형성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분포되어 있는 커다란 

스펙트럼은 너무나 방대하고 모순이 가득하기

때문에,그 스펙트럼을 대부분 활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먼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각주:5]



언어학 연구의 기본 전제는 각각의 언어들이 이

무수하게 많은 소리들 중 어떤 것들만을 선택하여

활용 음소로 삼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문화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인간의 연령대,

자연환경,인간의 활동 등 다양한 관심사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런 스펙트럼의 대부분을 활용하는 문화는 

파열음,순음,치음,유성음과 무성음 및 구음과 

비음에 이르는 연구개음 등을 모두 활용하는 

언어처럼 의사 소통 불가능이 되어버릴 것이다.

어떤 문화의 정체성이란 바로 이런 스펙트럼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세계 각지의 인간 사회는 문화적 제도를 구축할

때 이처럼 선택을 해왔다.

각 문화는 자신의 관점에 입각하여 다른 문화가

중시하는 것을 무시하거나,다른 문화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항들을 정교하게 개발했다.[각주:6]



저자의 바램과 달리 2019년 지금의 세계가 과거

보다 관용을 베푼다고 자신할 수 없다.


기차에서 보며 접어두었던 부분을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며 다시 보니 기본소득제에 대한

생각에서 빠져있던 퍼즐이 문화였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성공과 성취에 대한 일률적인 개념이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가올 시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장작은 어쩌면

선택받지 못한 잔가지들의 네트워크가 아닐까.



  1. 문화의 패턴/루스베네딕트/연암서가/389~390쪽 [본문으로]
  2. 문화의 패턴/루스베네딕트/연암서가/386쪽 [본문으로]
  3. 문화의 패턴/루스베네딕트/연암서가/370쪽 [본문으로]
  4. 문화의 패턴/루스베네딕트/연암서가/390쪽 [본문으로]
  5. 문화의 패턴/루스베네딕트/연암서가/343쪽 [본문으로]
  6. 문화의 패턴/루스베네딕트/연암서가/59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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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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