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들 정말 많이 컸구나. 물고기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흐뭇함을 느끼다.

물고기들은 '키워지는' 걸까 ?

비싸게 주고 산 물고기들이 어디 잘못될까봐 전전 긍긍하던 시간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며 취미가 아닌 생활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녀석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 비슷해보이지만 각자 개성이 있고 나름의 사회를 이루어 조화롭게 살아간다.


매번 보는 녀석들이지만,

매번 새롭다. 


집에 들어오면 씻기도 전에 어항에 불을 켜고 밥을 준다.

녀석들도 어항에 불이 켜지면 밥 주는줄 알고 구석에서 자던 놈, 연애질 하던 놈,
멍때리던 놈, 치고박던 놈. 웃긴 놈, 귀여운 놈, 이상한 놈. 다 모여든다.


밥 달라고.


그래 나도 이시간이 제일 좋아. 헤헤 . 많이 먹어라.
어항들마다 굶는 녀석이 없나 봐가며 여러 종류의 사료를 준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녀석들의 부쩍 거친 덩치가 눈에 들어온다.


너네들 정말 많이 컸구나 !

갑자기 코끝이 찡해진다. 많이 컸어.  신경 못써준 날들이 더 많았는데. 많이 컸어.

멀쩡하던 수초어항이 터져서 자기들 집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누구하나 아프지 않고 잘 살아가는녀석들이 고맙다.

고마워.

그래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