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욕실, 그 좁은 공간안에 담긴 인간의 노력에 대해 알게되었다.

수시로 드나들던 욕실이 한번쯤은 낯설게 보였다. 

또 어떤날은 그 안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책을 읽는 이유중 하나가 요런거 아닐까.




지혜의 결정체, 욕실의 역사




"

호텔의 침실에 물을 사용하는 시설이 별도의 방으로 붙기까지 욕실이나 화장실은

공용이었다. 일본의 제1호 호텔 쓰키지호텔관도 방이 16~66㎡나 되었다고 하지만

화장실과 욕실은 각층 공용 별실이었다. 전용 욕실의 역사와 목욕 습관을 한번 보자.


 일본인은 어깨까지 탕에 담그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 세계에서 그리하는 민족은

많지 않다. 본래 '후로'라는 단어 자체도 증기욕을 가리키며 에도 시대의 유희시설인

대중목욕탕이 그것이다. 이곳에선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고 작은 구멍을 내어

벽 아래로 출입했다. 밑에 가마솥이 있는 목욕통 스에부로는 전쟁터에 가져가던

지혜가 그 기원이라고 한다.


 서구는 물을 끼얹는 고래로부터의 형태가 오락과 결합해 로마의 공중목욕탕으로

발달했으며 후에 터키의 증기욕이 유행하게 되었다.


 사적인 방에서 사치스럽게 목욕의 효과를 즐기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로 뜨거운

물을 퍼오고 최소한 세면대나 스펀지로 몸을 닦아내기 위한 접시 모양의 팬 , 혹은

허리까지 몸을 담그는 좌욕기는 실내에 두어야 했다. 더러워진 물은 창문으로

내버렸다. 화장실도 없었던 시대이다.

 그후 근대 기술의 발달로 전염병 예방을 위해 시중에 급재수 시설이 보급되면서

비데와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전신이 다 들어가는 얕은 통과 변기가 침실 안에

놓이게 되었으며, 의료용의 '레인배스'로부터 발전한, 비처럼 물이 떨어지는 샤워기

까지 붙어 드디어 전용 욕실이 탄생했다는 것이 대략의 욕실사이다.


   ...중략



현대의 일반적인 욕실을 한번 보자.


욕조와 변기,카운터가 붙은 세면대가 내 천 자 모양으로 나란한 3 in 1 이 전형적

이다. 공간의 효율은 높지만 문 정면에 변기가 있다. 따라서 설계자는 이 세가지의

배치도 다양하게 고심한다.


   ...중략



호텔의 욕실만큼 지헤와 연구가 축적된 공간은 없다. 각종 기구의 성능, 초 단위

급 배수 시간,급수 시설의 노출 , 방수 양성 치수, 반지가 빠지지 않는 배수 구멍,

비상벨의 위치와 쓰러진 사람 구출법, 샴푸 등의 욕실 용품 진열법, 화장솜이나

반지 걸이에 이르기까지 소품류의 품질이나 그 수와 다양한 종류에 이르는 리넨의

내용과 배치,수건류의 적당한 파일 밀도, 설계자는 이 거대한 퍼즐을 풀게 된다.


샤워부스의 문 설계도 어렵다. 젖은 문을 안쪽으로 열리게 하면 좋겠지만 혹시나

뇌졸증 같은 것으로 쓰러지는 사람을 생각하면 밖으로 열리는 모양이 되어야 한다.

이때는 문 아래족에 물받이를 하는 등 설계자는 떨어지는 물에 고심하게 된다.

목욕 수건의 절묘한 위치를 생각하는 것은 즐겁지만 샤워부스 문 바깥쪽에 있다면

사용이 불편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욕실만큼 재미있는 것들로 가즉한 곳은 없다.



- 여행의 공간 , 174쪽~177쪽에서 발췌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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