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의 견생

가족 2016. 7. 18. 11:34 |

처음으로 사랑이와 하루 종일 같이 지내다보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퇴사한 이후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배변패드를 갈아준다.그때마다 여전히 놀라곤 한다.


직장인으로 살때 나는 늘 아침에나가 밤에 들어왔고 , 그 미안함에 옷을 벗자마자 사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집에 와보면 아침에 깔고간 패드는 새것 그대로였고 사랑이는 산책을 나가면 바로 오줌을 좀 싸고

신나게 뛰다보면 갑자기 똥을 싸곤 했다.


하루종일 오줌을 안싸고 참아서 나는 사랑이가 원래 조금 싸는줄 알았다.


집에서 종일 있다보니 사랑이는 하루에 대여섯번씩 오줌을 싼다. 똥도 잘 싸고.

직장생활할때보다 산책은 매일 더 자주 나간다. 내가 집을 비울때는 그냥 참았던 것이다.


예전에 혼자 남겨진 사랑이가 무엇을 하나 궁금해서 캠을 달아봤다.

사랑이는 개구쟁이이고 -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 엄청나게 활발한 놈인데 내가 없을때는 그냥 잔다.

잠을 자다 밖에 소리가 나면 잠시 들여다보다 잠을 잔다.


7년을 그렇게 지내서였을까. 이제 내가 종일 옆에 있지만 예전처럼 퇴근하던 7시 전까지는 자기 혼자 시간을

보낸다. 처음엔 컴퓨터 방에 있는 나를 관찰하고 안아달라고 칭얼대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젠 집에서

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내가 쉬는 것 같을때만 안긴다. 영리한 녀석.


그래도 이젠 참지 않고 마려울때마다 잘 , 시원하게 싼다. 대여섯번씩 패드를 갈때마다 미안함이 스친다.



다행히 이사온 집이 방마다 밖이 잘보여서 사랑이가 좋아하는 세상 구경이 더 쉬워졌다.

오피스텔보다 창가가 낮아서 사랑이 앉아서 보라고 방마다 소파도 사주었다.


녀석이 심심할때마다 , 밖에 소리가 날때마다 저렇게 올라가서 구경하고 있으면 그게 그렇게 이쁘다.


녀석은 프로 산책러인지라 내 걷는 속도를 잘 맞추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가면 가슴줄을 풀고 정말

신나게 뛰어다닌다. 내가 같이 놀고 싶어하면 우다다닥 달려와서 주인하고도 놀아준다.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 맞장구도 쳐주고 아주 세상 이렇게 신날수가 없다.


그런 사랑이를 보며 나도 덕분에 매일 동네 산책도 다니고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 같이 뛰어다니며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웃음을 실컷 짓는다.


매일 가는 산책인데 매일이 새롭고 그렇게 즐겁나보다. 녀석은.


사랑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요즘이 즐겁다.


돈을 충분히 벌면 로망이었던 마당 있는 집을 지어서 녀석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귓병 재발해 마취 치료 받다  (0) 2016.07.27
새로 이사온 집에서의 사랑이  (0) 2016.07.15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개님  (2) 2014.06.07
Posted by 시냅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