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스트는 제 경험을 풀어내는 글로 제 블로그와 클리앙에만 연재하고 있습니다. 안전 !



노가다이스트 2편은 인력사무소에서 알게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봤습니다. 


현장에 뛰어들어 1년을 지내보니 노가다라는 부정적인 단어말고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설현장 노동자로 새벽부터 부지런하고 땀흘려 번 돈으로 가정을 지켜나가는 우리네 이웃들이니까요.


물론 인력사무소와 현장에는 부정적인 사람들도 적은 확률로 있습니다. 이번편에서는 다크사이드까지 다룹니다.


노가다이스트


노가다이스트 2편 : 인력사무소 사람들 &다크사이드


글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나눴던 대화는 모두 사실에 근거합니다.


등장 인물 이름과 현장명만 임의로 변경해서 작성합니다.



당시현장  :  2600세대 대기업 아파트 신축현장. 알파 현장이라 칭한다.

당시소속  : 고정팀원

등장인물 소개




팀장 :


인력사무소 서열1위 탑티어 팀장. 능력하나로 이세계를 평정한 입지적 인물.


건설현장 관리자로 있다 기공으로 전직하여 30년간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반백발의 차분한 신사로 현장 소장도 그에게 의견을 구할 정도이다.


그를 중심으로 팀원들이 조직되어 있으며 10년 넘게 같이 움직이고 있다.

1년 이상 보장되는 대규모 현장만을 맡는다. 알파현장이 끝나면 대규모 물류단지현장이 약속되어있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인력 사무소에 온다.인력사무소 소장은 팀장에게

알아서 하시라며 전권을 넘긴다. 우리는 현장으로 바로 출퇴근하고 일당은

입금받으면 되는 상황이 된다. 덕분에 인력사무소에 아예 안가는 팀원이 많다.

그러나 인력사무소에서 추천받은 사람이 성실하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바로 짤라버린다. 내가 있는 동안에도 여럿 퇴출되었다.  


나는 현장에서 필요한 작업 기술과 소위 '일머리'를 팀장님에게 배웠다.

소싯적에는 호랑이와 같아 망치가 날라다녔다고 하나 지금은 다정한 아버지같다.

키크고 날씬한 버전의 슬램덩크 안감독을 떠올리면 된다. 그는 그런 리더다.




치수형:


알파현장 서열 2위. 팀장과 알고 지낸지 십몇년이 지났다고 한다. 용접 전문




모든 일을 팀장 다음로 잘한다. 팀장과 비슷한 성격으로 작업현장을 차분하고

웃음기 있는 곳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치수형과 작업할때는 신이 난다.

학창시절부터 보컬을 꿈꿔 지금까지 유튜브로 보컬 강의를 찾아 들을 정도이다.


퇴근하고 집에가면 홀로 보컬 강의를 듣고 코인노래방을 다녀오거나 다큐를 즐겨본다.


일하다말고 2차세계대전이나 환율조작에 관한 심도깊은 대화를 나눠야했다.


중량물을 들거나 현장이 위험할때는 1:1 밀착 강의를 반복해주는 자상함이 있다.

요령과 효율을 우선시 하는 인물이다. 팀장님과 치수형에게 현장을 배웠다.

전기까지 잘 알아서 놀란 적이 많았다. 몸으로 때우는걸 가장 싫어한다.

나는 30대 꼰대였는데 치수형에게 그런 모습은 1그램도 없다. 곧 50대인데.

프로들 데리고 일할때는 미친 속도로 일을 쳐나가는데 혼자 몇사람의 몫을 해낸다.


도시생활 질리면 한적한 곳에 가서 댕댕이들과 살 마당 딸린 집을 지을 것이다.

그때 팀장님과 치수형에게 부탁할 생각이다.




우성형:


미지의 인물로 처음 봤을때 연예인인줄 알았다. 꽃미남 고수와 닮았는데 더 크고


날렵한 몸매를 지녔다.무전기 두개 차고 늘 혼자 움직인다.

인력지원이 필요할 때만 오는지라 같이 일한 적은 적다. 능력자인것만 알고 있다.

팀장과 별도로 움직이는 유일한 인물로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고운말만 사용한다.

40대 중반이지만 30대로 보인다. 끝까지 내게 존대를 했다. 다들 우성형을 좋아한다.

우성형의 단점은 카사노바라고 한다. 옷을 정말 잘 입는다.






백호 :


무지막지한 동생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줄 알고 존대를 했는데 알고보니 31살.

유부남이며 어렸을때부터 아버지가 있던 현장에서 자란 사내다. 20대를 현장 반장으로

살아왔다. 도급계약을 따내 일을 해오다 팀장밑으로 들어왔다. 긴 설명이 필요없다.

힘 만땅 찍은 전사형 캐릭터이다. 옛말 '장사' 란 백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내가 40킬로 들고 빌빌 거릴때 100킬로를 가볍게 들고 지나간다.

아침마다 백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했는지라 나중에 가까워졌다.

동생이지만 형이라 부를 뻔했다. 볼때마다 진국인 사내다. 




팀장님과 치수형에게 스킬을 배워오면 백호가 직접 같이 일하며 완성시켜주었다.

배운 스킬의 마스터리를 찍게끔 도와준 고마운 동생이다.


폼이나 자재를 십수명이 전달해야 하는 바쁜 상황에서도 받는 사람의 발밑이 어수선해서

다칠 위험이 있으면 작업을 멈춰버린다. 그리고 안전이 확보될때까지 기다린다.


" 에~에 형님. 밑에 철근봐요. 안치우면 안 넘겨유. 다쳐봐야~ 정신 차리지 !"


현장내에서 기공이 필요한일이나 너무 위험하거나 , 무겁거나 , 난이도가 높을때는

치수형과 백호, 그리고 다음화에 등장할 태웅이 이렇게 셋이 가서 해결하고 온다.    


백호가 40대 이하에선 현장 끝판왕인줄 알았는데 백호위에 태웅이가 있었다.

백호와 태웅이는 30대 초반인데 어렸을때부터 현장일을 제대로 해왔다.

자신의 직업으로 정해 기공으로 착실히 살아온 동생들이다.

둘다 결혼해 자리잡고 잘 산다. 둘이 일하는 그 전문가적인 움직임과 스피드에

충격을 받곤 했다.  노가다꾼이 아닌 건설현장의 스페셜리스트다.

백호와 태웅이는 집에 가서 따로 근력 운동을 한다.


내가 알파현장에 처음 투입되어 땜빵 쩌리로 지낼때 작업의 외곽에서 보조만 했다.

시공의 작업의 폭풍 한가운데 일을 주도하는 두명이 있었는데 그게 태웅이와 백호였다.

보조하는 사람들이 건네는 자재들을 받아서 촥촥 쌓아나가는데 3배속은 되는 속도에

되게 안정적으로 일을 말그대로 쳐나갔다. 백호는 만담가지만 태웅이는 차갑고 날카롭다.

태웅이는 오래된 멤버 외에는 말을 섞지 않았다. 쩌리였던 나는 당연했다.


내 실력이 늘면서 작업 외곽에서 이 둘에게 가까워지고 한참이 지나서 태웅이가 드디어

내게도 말을 붙였다.


"형님. 제가 지켜봤는데요 이렇게 하셔서 잘 안되는 거였어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뭔가 벽이 느껴졌던 태웅이가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알파현장을 그만두기 직전에는

팀장님이 나를 태웅이와 백호에게 붙여서 거진 매일 같이 일했다.

동생들과 일하고 집에 들어가면 온몸이 아파서 끙끙대고 사우나를 찾기도 했지만

완전한 몰입상태에 빠져 일할 수 있었다.




내가 현장인가 현장이 나인가 ?


어느 바쁜날 태웅이와 백호, 그리고 나는 점심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한적이 있다.

뒤돌아보니 하루치 일이 오전에 끝나있었다. 완벽한 몰입. 시계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팀장님이 뒤에 와있는줄도 몰랐었다. 그리고 이후로 팀장이 말하곤 했다.


" 냅스야. 누구누구 데리고 가서 102동 지하A구역 해체하고 폼쌓는거까지 끝내라 "


" 바닥에 널부러진 자재들부터 차분히 정리하고 난 뒤에 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슬슬해"



그리고 작업할때 나를 보조하기 위한 인원들이 붙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 성취감은 짜릿했다. 그리고 근육통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어느날 알파 현장


"냅스야 야근할 수 있어 ? "


일을 마무리 할 무렵 팀장이 물어본다.

생일이라고 맛난 음식 잔뜩 해놓고 기다리는 여자친구가 있기에 오늘은 안된다고 했다.


연장들 도구함에 넣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복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는데 팀장이 다가온다.


"미안한데 꼭대기층에서 폼이 터졌다네. 오늘은 다들 야근합세 "


아...이래서 야근할 수 있는가 물어봤구나. 알고 보니 폼이 터진 상황이 심각해 소수 인원으로는

수습이 불가했다. 우리 말고도 퇴근준비 하던 공구리 팀까지 우루루 몰려온다.


마침 호이스트도 작동이 안되어 13층까지 걸어 올라가며 상황을 살폈다.

13층에서 지하 2층까지 계단을 타고 엄청난 양의 공구리가 흘러 내려간 대형 사고였다.

현장 소장부터 원청 직원들까지 다급하게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무전기 소리에 사방이 난리다.


굳기 전에 다 삽으로 퍼내야 한다. 퍼내야만 한다.


고된 하루를 보낸 터라 이미 지쳐있었는데 무한 삽질이 기다리고 있었다.


팀장은 늘 그렇듯이, 차분하게 층별로 나이를 고려해 작업할 조를 짠 후 작업 지시를 내렸다.

쇠삽을 가지러 팀장은 분주히 내려갔다.


" 한대 태우고 하자. 냅스야 피곤할텐데 살살해라. 허리나간다.  "


치수형이 담배로 작업의 시작을 알린다. 담배를 꺼내며 다들 웃기 시작한다.

늘 타워아래 있던 우성형도 어느새 올라와있었다. 우성형은 볼때마다 연예인 광채가 난다.


"욕하지 말기 ~ ^^ " 


예의 그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로 좋게 좋게 일하자고 다독인다.

잠깐의 쉼이 끝나 삽을 잡고 힘을 써볼려는 차에 황소같은 동생 백호가 말린다.


"에에~ 형님은 마대나 잘 잡아주세요. 내가 다 퍼담을랑께 "


이 와중에도 백호는 삽질을 멈추고 마대를 들고 시범을 보여준다.


"형님 마대 그렇게 벌리면 삽에 찍혀요. 자자~ 이렇게 삽이 올때는 고개를 돌리셔야 해유"


젊은 나이에 현장 반장으로 자기 팀을 꾸려나갔던 백호는 섬세했고 안전우선이였다.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한 명은 삽으로 퍼내고 , 한 명은 마대를 잡고 벌린다.

삽질하는 사람은 벌려진 마대에 담는다. 마대가 차면 다시 새 마대를 벌린다.

단순한 반복 작업이지만 딴 생각을 하거나 부주의하면 마대 잡는 쪽이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삽이 올때는 고개를 돌려야 한다며 백호는 땀을 훔치며 말한다.


그렇게 어두워져가는 계단에서 우리는 땀을 흘리며 마대에 터진 공구리를 담았다.

시간이 지나며 굳기 시작하니 돌덩이가 따로 없다. 결국 빠루까지 동원되었다.


욕지거리가 튀어나오고 짜증이 날 법한데 우리들은 차분하게 수습을 해나갔다.

서로를 배려하고 여유를 찾아가며 웃음이 늘어갔다.


한 시간여 지나고 팀장이 밥 먹자며 부른다. 1층에 배달온 중국집 짜장,짬뽕,꽃빵 등으로 배를 채웠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우애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8시 넘어서야 수습이 끝났다. 다음날 계단에 던져놓은 마대를 다 내렸는데 우리는 2천마대 가까이 퍼담았다.

다급히 가져온 마대 2천장을 거진 다 썼던 것이다.

이날 이후 팀원들은 내게 더 마음을 열어주었고 , 나또한 그랬다.


잊지못할 생일이다.


참, 야근해서 이날의 일당은 23만원 이었다.




보너스 추가수록 - 다크사이드 인물편


인력사무소생활을 하려면 여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크게 나누면 사람과 안전사고라 할 수 있다.

가까이하면 안되는 사람들이 있고 , 현장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문제는 가까이하면 안되는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다 안전사고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연재 글의 마지막에 말할까 했으나 고민끝에 인력사무소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먼저 들춰본다.


고정팀에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가 인력소,일용직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사람들을 나또한 겪었다. 알콜중독자, 노름꾼 , 난봉꾼 등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백명 넘는 인력사무소내에서 7명이 그랬다.


저런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두번 이나 달에 몇 번 나왔다. 알콜중독자는 올때마다 소장에게 쫓겨났다.

알고보니 인력사무소에 나와도 일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단다.

소수의 이들을 제외하곤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다.  같이 일하며 겪은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소액빌런 P군


P군을 처음 본건 지난 겨울 동탄에서였다. 당시의 나는 데모도(보조)하기에도 벅찬 초짜였다.

허허벌판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폼을 정리중이었다. 내 역할은 널부러진 폼들을 나르는거였다.


" 저...몇살이세요 ? "


버거워하며 차디찬 폼을 나르는데 뜬금없이 다가와 묻는다.  동안인지라 다들 30대초반

이나 20대로 보곤 했다. 내가 자기보다 동생일줄 알고 말을 걸은 것이다.


" 37살인데요 . 헉헉."


P군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뜸


" 전 30살이에요. 헤헤. 형님 ^0^ 같이 일해요 "


일 끝나면 바로 집에가서 개님 산책시키고 , 데이트도 해야 했기에 바빴다.

같이 일한 사람들하고 술을 마신다는건 내 사전에 없었다.


" 형님 우리 이따 끝나고 소주 한잔 해요 "


거절하기도 그렇고 , 사람좋은 얼굴로 말을 하기에 승낙을 했다.

반주 가볍게 하고 노가다 룰대로 밥값은 각자 계산하고 헤어졌다.


그날밤 카톡이 왔다.


" 형님 죄송한데여. 5만원만 빌려주시면 안대나요 ? 네 ? 네 ?

급하게 써야해서요. 내일 일해서 바로 드릴께요. 부탁합니다. "


황당했다. 그냥 한번 봤는데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무시했다.

다음날 P군은 나오지 않았다.

P군은 나한테만 그런게 아니라 같이 일한 사람들 모두에게 그러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P군과 같은 현장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녀석은 또 돈을 빌려달라 카톡을 보낸다.

얼굴도 몇번 봤으니 저녁을 사주며 따끔하게 혼을 냈다.

요는 니가 버는 돈으로 해결하고 사람들한테 돈 빌리는거 그만하라 했다.

녀석은 안그러겠다며 다짐을 했고 , 그 이후 나를 어려워했다.


내가 고정팀에 들어간 이후 자연스레 P군과 멀어졌다. 인력사무소는 매우 좁은곳이라

보지 않아도 누가 누구랑 술을 먹었다는 사실까지 들려온다.

P군은 지금도 돈을 벌면 다 써버리고 나선 돈을 빌리러 다닌다. 이제 30살인데.

심성은 착한데 뱉는 말의 60%는 거짓이다. 소액을 빌려달라 하지만 그 외의 해는 안끼친다.




투머치토커 K군


찬호형 옆의 사람들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다.  K군과는 딱 하루 일했을 뿐인데 잊을 수 없다.

역시 한창 추울때 용인 아파트 현장에서 만났다. 일할때도 작업복이 아닌 힙합패션을 고수한

K군은 눈에 띄었다. 나는 다른 곳에서 일하다 오후부터 같은 조가 되었다.


비슷한 또래가 있으니 반가웠는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멈추질 않았다.

깐깐한 작업 반장이 주위에 있는데도 도저히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거 같이 있다가는 나까지

혼날 각이었다. 급기야 한차레 주의를 받았는데도 주제를 바꿔가며 돌아가는 차안에서까지 말을

멈추지 않았다. K군은 와서 시간때우다 가면 그만이라는 마인드가 누가 봐도 드러났다.


말을 들어주는 고역이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도 말을 그치지 않아 같이 다칠 위험이 있었다.

무게가 나가는 자재를 들고 바닥엔 철근이 뒹구는 상황에선 집중해야 하는데 K군은 부주의했다.

언젠가 마주쳤는데 그는 오른 엄지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앵그리맨 Mr. 리


작년 여름 멀리 영종도까지 가서 일할때 만났다.  Mr. 리는 41살로 늘 화가 나 있었다.

그는 내부의 응어리진 화를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 주변인에게 퍼붓는 부정적 사람이었다.

게다가 투머치토커였으며 집착이 심했다. 내 전번을 물어가고선 저녁마다 전화를 했다.

그리고 자기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 와중에도 연락이 왔다. 받지 않으면 받을때까지 거는 집착이 있었다.


" 형 , 저 퇴근하고 나선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지라 전화 받기 힘들어요. 이해해주세요 "


최대한 좋게 말했다. 알겠다고 하더니만 카톡 러쉬가 쏟아졌다.  문제는 더 있었다.


같은 사무소 50대 형님에게도 , 우리를 부른 관리자한테도 맘에 안들면 화를 쏟아냈다.

결국 인력사무소 내에서 다른 형님과 주먹질을 해서 쫓겨났다.

다른 인력사무소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문을 들었다.




야동러버 R형님


순결했던 내 카톡 대화창을 더렵혔다. 이 형님은 올해 60세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야한걸 지나치게 즐기신다. 이 형님 이후 난 일하는 분들에게 전번을 잘 주지 않는다.

자기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야동을 배포한다. 그것도 밤늦게.

그리고 새벽이면 교회 성경말씀 퍼온걸 올리며 은혜로운 톡을 날린다.

야동과 성경말씀이라...다른이의 관심에 지나치게 목말라 있는 특이한 형님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력사무소 인원들은 이 형님을 멀리했다. 나또한 그랬다.

더 큰 문제는 술을 과하게 먹은 날에는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밤늦게 전화를 걸어

자던 사람을 깨운다는 거였다. 나 또한 내일을 위해 곤히 자고 있었는데 새벽에 R형의

끊임없이 울리는 벨소리에 어택을 당했다. 다음날 피곤해서 고생한건 물론이다.

이런날 본인은 나오지 않고 집에서 잔다. 열받은 사람들은 점점 R형님을 멀리했다.

결국 그는 다른 인력사무소로 옮겼다.



알콜중독 프로페서X


경력 20년차의 노가다꾼이다. 그는 목수였다. 현장에서 술에 취한채 일하다 망치를 놓고 잡부로 지냈다.


요즘 큰 현장은 술냄새가 나면 음주 측정을 한다. 그리고 현장에 처음 온사람은 혈압을 재고

관절염 여부 확인도 해서 문제가 있으면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작은 현장은 여전히 안전관리자가 없으며 안전의식또한 없다.

알콜중독 프로페서X와 같은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작은 상가를 짓는 현장이었다.

그는 멀쩡했다. 오전까지는.


점심때 밥먹으며 품안에서 소주를 꺼내 원샷을 했다. 한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


그는 2층에서 목수일을 했고 , 나는 1층에서 솔져라는 무거운 지지대를 옮기고 있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쇳덩이를 어깨에 지고 있어서 사고 현장을 보진 못했다.

그는 노출된 철근에 오른 팔이 심하게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살쩜이 떨어져나갔다고 한다.

잠깐의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취한채 일하는 사람은 X이후로 본적이 없다.



인력사무소 생활 TIP과 노하우


1.같이 일한 사람들과 구태여 어울려 술을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거절하는게 좋습니다.

정말 괜찮은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들이며 일끝나면 바로 가족들 곁으로 갑니다.

고정팀에 들어가고 나선 개인적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습니다.


2.거칠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일하게 되는 경우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그 사람이야 다시 안보면 그만이지만 조금이라도 부주의해서 다치면 문제가 됩니다.

말을 건성으로 받아주더라도 본인은 일하는 것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경기가 안좋다보니 인력사무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다크사이드 쪽의 사람들은

내부 자정작용으로 걸러지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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