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라이였다.완성형 또라이로 살아온 후기
사용기 2016. 7. 14. 19:07 |독서노트를 뒤져보니 2009년에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을 읽고 실컷 독후감을 휘갈겼었다.
내가 조직의 또라이가 될 줄 7년전 그때는 몰랐다. 또라이였다는걸 깨닫고 팀장에서 물러나고 퇴사 했다.
또라이는 두 종류로 구분한다. 1) 공인 또라이 : 일관되고 지속적
2) 일시적 또라이 : 누구나 일시적 또라이
나는 일시적 또라이였으나 성과에 깊게 빠져들다 주화입마에 빠져 완성형 공인 또라이가 되었다.
7년전의 독서노트를 다시 본다.
인생을 승자가 독식하는 냉혹한 경쟁으로 보는 게 얼마나 당신을 눈 깜짝할 사이에 또라이로
만들어 버리는지 인식해야 한다. 또한, 당신이 진정으로 의도한 모습과는 다를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도 인색해야 한다. 남들이 다 아는 또라이처럼 행동하지
않으려면, 또는 그런 또라이가 되지 않으려면 당신 자신을 알아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을 성심을 다해 올바로 대하지 않는다면
또라이 금지 규칙이 의미없다.
이래서 책을 많이 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한권을 보더라도 삶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나보다.
완전 나한테 하는 소리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구보다 잘했고 워낙 일을 좋아하는지라 앞만 보고 달렸다.
일하는 자체를 좋아하는데 잘하기까지 했으니 승진했고 팀장 이후의 앞날도 밝기만 했다.
목표한 지점까지 회사를 성장시키고 그 열매를 직원들과 나누면 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동료 직원들을 상하관계로 본적은 없었다. 내가 팀장이 된건 그만큼 더 성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했고,
나 자신의 이런 평등한 ?? 마인드를 스스로 높게 평가했다. 오로지 성과 ! 성과 ! 만 생각했다.
빡센 해외 출장도 매달, 게다가 주말껴서 다니며 개인정비 시간따위 내팽개치고 달렸다.
그 결과 목표치를 달성했고 회사는 성장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어느순간 뒤돌아보니 나는 고립되어있었다. 동료직원들과의 유대도 없었고 무서운 팀장일 뿐이었다.
내 업무가 너무 늘어나다보니 보조할 부사수를 고용했는데 그때서야 내가 꼰대라는걸 알게 되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직원이 들어와서 업무를 알려주고 나름 친절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정말 힘든시간을 다 견뎌내고도 결국 퇴사했다.
물론 그 원인이 100% 내 잘못은 아니었고, 그 직원 자체의 문제도 있었지만 나의 정체성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완성형 공인 또라이라는 정체성.
그 일로 인해 나에 대한 불만이 돌아돌아 내 귀에 들어왔던 것이다. 내 행동을 뒤돌아봤다.
과장들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해봤다.
아...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며 앞으로만 달렸던 것이다.
내가 달리는 사이 동료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아갔고 나는 전혀 그걸 몰랐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밤에 잠도 안자고 내가 했던 행동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내 꼰대짓에는 3단계가 있었다.
1단계 : "나는 이렇게 해서 다 성공했으니 그대로 잘따라만 오면 되는거야. 자 ~ 해봐 "
2단계 : "이게 아니라니까. 자, 다시 기회를 줄테니 다시 해봐. 지켜보겠어 "
3단계 : " 버럭 ! 버럭 ! 아니 왜 이 쉬운게 안되는거지 ? 이해를 못하겠네. 버럭 ! 버럭 ! "
" 아까는 내가 너무 화를 냈어. 미안하다. 다시 알려줄테니 요래조래 해보자 "
" 위로해주고 나만 셀프로 품. 그리고 나는 뒤끝없는 사람이라고 셀프 만족 "
이런 내 꼰대질로 밝기만 했던 신입 직원이 완전히 기가 꺾여 얼굴색마저 변하는걸 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실수를 인정하는 척만 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꼰대였덧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해내고 성공했는데 너는 왜 못하는데 ? " 그것도 가장 최악의 꼰대질.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 가장 훌륭한 리더가 있는 부서가 가장 최악의 리더가
있는 부서에 비해 열 배나 더 실수가 많았다. 우수한 부서는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는 경험없는 초년생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 자신이 또라이라는 것을 인정한 이후 바로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했다.
조직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있던 나는 다시 꼰대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개인적으로는 조직에 계속 있으며 임원이 되고 은퇴까지 사장과 같이갈 생각이였는데
신입사원의 퇴사로 인해 내 정체성을 확인했고, 그게 금방 고쳐질 것 같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충분히 많은 -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 상처를 주었기에 사과하고 퇴사했다.
계획에 없던 퇴사로 생계에 타격이 오고 많은 변화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삶의 파도를 맞으며 그간의 바쁘기만 했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미래의 언젠가는 행복해질거야 라며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살았던 나는,
미래의 성공시점에서 얻어질 결과물을 나눠주면 다 행복해질거라는 착각속에서 살았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으면서 , 미래에는 마음을 얻을 수 있을거라 착각했다.
나는 회개하고 또라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평생을 부지런하고 워커홀릭으로 살아온 나는 위험하다. 어떠한 계기로 인해 사람의 심성이 한순간에
바뀌는 마법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또라이라는걸 인정했지만 거기서 벗어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늘 필요할 것이다. 내 자신을 알기에 조직생활을 안하기로 했다.
비서로 살아오며 온갖 내공을 다 쌓은 여친님도 이런 내 생각에 동의하는걸 보면 여전히 난 위험하다.
그간 살아오며 이런저런 경험치 쌓고 렙업한게 있어서 굶어죽지는 않을테니 노력하며 살 것이다.
바로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이 글은 마무리할 수가 없다. 과연 내가 어떻게 변할련지 나도 궁금하고, 변화가 있으면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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