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보셨으면 이 포스팅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런영화는 봐줘야 합니다.




이 영화는 상이란 상은 싹쓸고 워낙 평이 좋아 영화잡지마다 안다루는데가 없다.

모든 영화잡지에선 워낙 자세히 다루어 그걸 다 읽어 버린게 후회된다.

 

내가 읽어본 이 영화리뷰만 해도 페이지수로 20페이지 분량은 될거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잡지에서 샅샅이 친절하게도 다 파헤쳐나버려서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출발 스포여행 보고 난 뒤의 느낌이랄까 ?

내가 느끼는 대로 영화를 봐야하는데 계속 전문가들이 분석해놓은게 걸리더라.

  

 

코엔 형제의 연출력이 대단하다. 원작의 재미를 반도 못따라가던 나는 전설이다와
 
이리 다를줄이야.
원작을 못 본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해서 좀 성급하긴 하지만

원작을 보고 나서 독서노트 블로그에 포스팅해야 겠다.

 

 

잡지들에서 감상 포인트를 친절하게 까발려줘서 스토리외의 인물들에 집중을 하며 봤다.

 

 

정말 잘 쓰여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몰입을 하고

자연스레 그 인물과 동화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영화속 인물이 보는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되버린다.

이게 말이 쉽지, 이렇게 쓰기도,연출하기도,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힘들다.

자연스레 감정 이입되던 영화가 흔하던가 ?
 

 

이영화를 보면서 나는 살인마인 안톤 쉬거에 완전히 동화되어 마지막엔 그가 어떤

말을 할지,
행동을 할지, 그가 무엇을 볼지도 알 수 있었다.

화면의 이동을 보며 내가 영화장면보다 먼저
그 말을 하고, 시차를 두고 내 생각대로

화면이 그려질때 전율할 수 밖에 없었다.
(쉬거는 싸이코패스 또라이 살인마다. 단지 영화의 연출에 감동했으니 오해는 마시라)

 


바로 이런 장면말이다.


 

쫓기는 자 모스가 부상을 당한 후 아이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장면에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 아이가 입고 있던 외투를 달라고 하리라
자연스레 예상을 했고
모스는 그 옷을 돈주고 사서 입는다.

 

영화 후반부에 쫓던자, 킬러는 부상을 입는다. 아이들이 다가온다. 아마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킬러 안톤 쉬거와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역시 돈을 주고 외투를 산다.

 

난 쫓기던 자, 주인공 모스가 죽고 난뒤 이 모든게 그냥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쫓던자, 킬러는 자신만의 규칙이 있고, 약속을 지키는 자이다.


모스의 부인을 그대로 둘리가 없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되, 다 보여주지 않고 상황을 보여준다.이건 정말 영리한거다.

 

반복해서 살인하는 구체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현관문을 나선뒤 피가 묻었나

구두를 들어
확인하는 장면을 보여주면 끝인 것이다.

킬러가 다녀갔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장면을 추가 할
필요가 없다.

깨끗이 날라가버린 열쇠를 보여주면 끝인 것이다.


 

'저수지의 개들'이 생각났다. 도둑질을 하는 장면을 자세히 화면에 담아 관객에게 설명할
필요를
못느낀 감독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쫓기는 모습을,상황을 그려내면 그만이다.

장황하게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지루한 영화들은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바쁘고 말이 많다.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상황이 담긴 장면을 보여주면 그만인 것을.

 

 


이 영화는 프로들이 나온다. 난 아마추어인 관계로 늘 프로들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아마추어는 늘 초조하고, 무언가 해야 하고, 여유가 없다.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단어가 있다.

 

"Sereno "

 


'Sereno'는 시오노 나나미 책 '남자들에게'에 나오는 이태리말인데

이 말을 보자마자 내 평생의 모토로 삼았다.


 

맑게 갠, 청아한 , 그야말로 쿨함을 뜻하는 단어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구름 같이 자유롭고, 확고한 자기만의 것이 있으니
 
요란스럽지도 않은 상태이다.


 

멋지지 않은가 ? 이 상태야 말로 바로 프로이다. 프로는 부산을 떨지 않는다.

 

 

난 이 영화에서 프로들을 보았다.

보안관,쫓기는자,쫓는자 모두 3명의 프로가 나온다.


 

저 서로 쫓고, 쫓기는 남자들은 프로다. 저들은 언제나 침착하고 음성은 가라 앉아 있으며

부산떨지 않는다. 자신들이 무얼 해야 할지 알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다.

자신이 부상을 입고 죽음의 위험앞에서도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실행할 뿐이다.

고통앞에서 울부 짖지 않는다.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부산스럽고, 어찌해야할 줄을 모르는

수동적인 존재로 나온다.

 

 

내가 그간 봐왔던 영화들을 떠올려 봤다.

 


킬러가 나오는 영화들, 죽임을 당하는 사람과 죽이는 자.

 

그간 봐왔던 대부분의 킬러들은 자신이 죽이는 자라는걸 드러내놓고 다녔다.
 

피해자의 피를 뒤집어 쓰고, 상처를 입은채로 다니고, 누가봐도 킬러 같아 보이는

외관을 하고 " 나 킬러요 " 하고 다닌다.


 

이 영화의 죽이는 자 들을 보라.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보안관과 지 멋대로 죽이고 다니는 싸이코패스 킬러는
 
피를 묻히지
않는다. 지가 사람을 죽여놓고 피 묻는게 싫어 피가 번지면 다리를 들고
 
구두 바닥에 피가 묻었나
확인을 한다. 당연 피를 밟지도 않는다.

이런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보안관도 역시 피를 밟지 않고 피해가는 장면이 지나간다.



 

쫓는자와 쫓기는 자는 상처를 입으면 바로 치료를 하고 피 묻은 채로 다니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다.

 



 

이 세명은 프로다 보니 통하는게 있다. 서로를 찾기 위해 버둥대지 않고 그저 차분히
서로의
입장이 되어 흔적을 쫓는다. 영화 전체에 서로 같은 곳을, 같은 시점에 바라보는
장면을 보고
감탄을 했다.

프로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은퇴를 앞둔 보안관을 보라. 그의 부하가 붕뜬 상태로 갈피를 못잡고 여기저기 다니고
조사를하러
바쁠때, 그는 조사를 하되, 거리를 두고 생각을 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마약 감식반이 현장에 와도 굳이 가질 않는다.


 

후반에 잠깐 등장하는 카슨 웰스도 프로의 냄새를 풍긴다.

그는 유일하게 말이 많더니만 결국 죽는다.

 

그 역시 생각을 하고 , 쫓기는 자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쉽게 찾아낸다.

 

 

 

3명의 프로들은 모두 조용하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상처를 입어도 소리내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고, 바로 실행에 옮길 뿐이다. 철저히 자기 원칙이 있고, 또 거기에 얽매인다.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깜짝 놀란건(소리에 의해) 총소리도, 산소통의 에어건

소리도 아니다.
카슨 웰스와 킬러 안톤 쉬거가 대화중에 울린 전화소리였다.


 

 

조용한 침묵 가운데 가라 앉은 대화중 들려온 따르릉 하는 소리는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소리다.

 


거기다 킬러 안톤쉬거는 정말 먼가 아는 놈이라, 더 잔인하다.

 


죽임을 당하기 직전 전화가 왔다.서로 그 전화가 쫓기는자 , 찾아내야 하는 숙적, 모스인걸

알고
있다. 당연히 그 전화를 카슨이 받는 동안만이라도 조금이나마 더 살수 있을줄 알았다.

 

카슨도 죽게 될지 알았지만 전화를 받는 몇초는 살줄 알았겠지.



 

하고 긴장이 풀리자 마자 안톤 쉬거는 그를 쏴버린다.

 


 

이마 때리기할때 진짜 아픈건 상대가긴장을 풀고 실눈을 뜨는 순간 때리는 거 아닐까 ?

 

 


영화 내내 이 3명의 프로들은 철저하고 상황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한다.

 


침착하게. 나도 이런 반복되는 상황에 익숙해져 각자의 계획에 빠져들무렵 영화는

 


우리의 학습된 경험을 가차없이 깨부순다.



 

모스는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음에도 허무하게 죽고, 킬러는 자신의 통제,계획과는 무관하게


옆에서 달려오는 차에 의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만다. 쉬거는 철저한 프로답게 운전중


뒤따라 오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이지만, 저 멀리 옆에서 다가오는 차까지는

수 없다. 뒤에 오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앞을 본 순간 통제 밖에 있던 차는 그를 덮친다.

 

 


난 완전히 안톤 쉬거와 감정이입이 되있던 터라 그의 갑작스런 부상이 통쾌하지 않았다.

한없이 허무할 뿐. 영화에서 생사를 선택하던 그가 , 프로인 그가 어이없게도 옆에서

오고 있던 차를 못봐서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쉬거를 치고 죽은 것 같아 보이는 그 운전자는 쉬거가 살인을 하고 나오기 전부터
주변
도로를 달리고 목적지에 가던 길이었겠지. 그 역시 신호를 보지 못하고 끼어든
쉬거를
피할 수도 없었고, 예측할 수도 없던 거다.

 


감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물론 내게만 이렇게 들릴수도 있겠지.




"인생이란 이런거야 "

 

 


인생이란 한치 앞도 모른다.



+

검색해보니 스티븐 킹이 이 영화를 2007년 베스트로 선정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보고 생각해보니 스티븐 킹이 그럴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좋아했을지 상상이 된다(오바인가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 책은 거의 외울지경이 되었다.
그가 강조하는 ,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의 기준이 이 영화에 고대로 다 나온다.


내 블로그에서도 독서노트 짤막하게 요약해서 포스팅을 했었지만,

이 도서 중반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글을 쓰는 작가 조차 다음의 이야기를 예측 할 수 없어야 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라, 구구절절 설명하지 마라,
 
꾸며쓰지 마라 , 상황을 보여줘라.

 

 

스티븐 킹이 생각하는 재미있는 소설의 조건은 이영화에 고대로 다 나온다.


코엔 형제, You win




 

 

 

 

우리 인생은 우리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도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정쩡한 29년을 살아온 요즘 그렇게 느끼고 있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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