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변함없이 강아지와 동네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하고 또 즐거운 일과입니다.


사랑이 사진2018년 8월 7일의 사랑이


녀석이 벌써 10살이 되어간다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첫 산책 가던 날 땅바닥에 내려놓기 전 두근두근 대던

녀석의 심장 박동을 기억합니다.


10년이 되어가지만 녀석은 여전히 산책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먹을 때, 산책 갈 때, 집에서 게임 할 때. 두근.두근.


사랑이 사진22011년의 사랑이


2011년의 사랑이입니다. 늘 먼저 놀자고 인형을 물어

오고 장난을 걸던 녀석은 변함이 없습니다.

단, 눈에 백내장이 와서 조금 뿌옇게 변했고

턱과 머리에 흰털이 많이 났습니다.


제 첫 강아지는 16년을 살고 제 품안에서 떠났습니다.

늘 동생 같던 녀석의 늙어감에 속상하고 가슴아팠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샌디가 떠나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랑이가 운명처럼 왔습니다.


강아지의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걸,

강아지의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겪어봤기에

사랑이에게 신경을 쓰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단한 건 없습니다. 

녀석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여하고,

코가 촉촉해지고, 꼬리가 신나는 일들에 집중합니다.


애견 밥 만들기

삶은 닭가슴살,고구마와 단호박으로 키웠습니다.

시중에 파는 강아지 간식들 먹고 탈이 난 적이 

종종 있어서 손이 가도 직접 만들어 먹입니다. 


가슴살 삶기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닭가슴살입니다.

닭가슴살이나 안심을 푸욱 삶습니다.


간식 만드는법


잘 삶아진 닭가슴살을 한입 크기로 찢은 후 

식품건조기로 두어시간 말려주면,


간식 만드는 사진


요렇게 바삭한 닭가슴살 육포가 됩니다.

건조기가 없을때는 프라이팬에 볶듯이 수분을 날려

준 뒤 접시에 담아 건조하면 됩니다.




고구마와 단호박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말랑말랑한

반건조 간식이 됩니다.

8년을 요렇게 주식과 간식으로 먹여왔습니다.

굳이 건조하는 건 보관하기에도 용이하고 딱딱한 

무언가를 씹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강아지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합니다.


강아지 게임

위에 만든 닭가슴살 육포가 요긴하게 쓰입니다.


" 게임할까 ? "


산책 다녀오고 나서 매일 하는 말입니다.

게임소리만 들어도 녀석은 가슴이 두근 거리고 신나서

어쩔줄을 몰라합니다. 그리고 꼬리치며 기다립니다.

제가 녀석을 안아서 2층에 올려놓고 간식을 집안 

여기저기에 숨깁니다.


매일해도 그렇게 재미있나 봅니다.

제가 조금 늦장 부리면 지가 혼자 2층으로 뛰어올라

가서 빨리 숨기라고 짖습니다. 멍 멍 !


닭가슴살 육포를 찾는 과정에서 시각과 후각,그리고

머리를 쓰기 때문에 좋을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머리 좋기로 유명한 푸들이라 숨겨놓은 장소는 한번에

다 기억합니다. 그래서 매번 장소를 바꾸거나 주변

사물을 장애물로 활용합니다.


쿠션 밑에 두기, 테이프를 활용해 점프력의 최대치 

높이에 붙여두기, 의자를 앞발로 밀어야 먹을 수 있게

하기 등등 매번 다르게 합니다.

녀석은 코를 킁킁거리고 온 집안을 뛰어다닙니다.

찾기 어려울 수록 성공한 뒤 먹는 바삭한 육포의

맛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매일 하니 숨기는게 쉽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그냥 다 알고 있는 위치에 숨깁니다.

녀석은 자신만만하게 후다닥 다 찾고 기세등등

해진채로 그분이 오시기도 합니다.


그분이 오면 너무 신나서 미친속도로 제 주변을

뱅뱅 뛰어다니고 날라다닙니다.

물론 지금은 그러고 나면 지쳐서 코까지 골며 잡니다.


가끔 정말 어렵게 숨기고 머리를 써야 먹을 수 있게 

하면 10분이 넘게 찾으려고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장생활 은퇴하고 집에서 지낸지 2년이 되어

가는데 녀석의 노화가 늦춰진 것 같습니다.

퇴근할 때까지 혼자 있던 녀석이 주인이 늘 같이 

있어서 그런가 스트레스도 덜 받고 산책과 게임으로

실컷 냄새맡고 많이 움직이니 몸에 생기가 돕니다.


사랑이 예전사진2015년의 사랑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거의 매달 해외출장을 보내는 바람에 

떨어져 있는 날이 많았는데 그때 잔병치레로 병원에

가기도 하고 생기를 많이 잃었습니다.


예전 사랑이2015년 어느날


녀석은 산책이 삶의 가장 큰 재미였을텐데...ㅡㅜ


예전 사랑이42015년 출근길에서의 사랑이


2015년 어느날 출근길 모습입니다.

제가 승진하고 늦게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저러고

하루종일 있었을 녀석은 얼마나 지루했을까...


2014년 사랑이2014년 사랑이


위는 2014년에 찍은 사랑이입니다. 

출근하고 나가면 바깥 세상 구경하라고 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사람도 나이 들면 세상사 시큰둥해집니다. 

호기심을 유발하고 오감을 쓰게 해주는게 반려견의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책

제가 직장생활을 이른 나이에 은퇴한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이와 산책을 더 오래 ~ 같이 하고 싶어서입니다.





동네 여기저기 다니며 냄새도 실컷 맡고 호기심에 

반짝이는 사랑이 눈과 자신만만하게 올라간 꼬리를 

보면 행복감을 느낍니다.


2010년 사랑이 사진2010년의 사랑이


위 사진은 2010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날씨 문제 아니면 거의 매일 산책을 다녔습니다.


녀석은 산책의 프로라 제 보폭에 맞게 정확히 옆에서

걸으며 이쁘다고 다가오는 사람들 시선도 맞춰주고

누가 말 걸면 스윽 쳐다봐줍니다.

저는 녀석의 시력이 남아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같이 산책하면서.


어제의 사랑이2018년 8월 7일 산책길


어제는 '서울의 달'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아래 전철 지나가는 모습도 보이고 퇴근길의 사람들

모습에 옛드라마가 생각나더라구요.


녀석은 모험가라 새로운 코스를 좋아합니다.

산책로 마다 제가 코스 이름을 붙이고 녀석한테도

말해줍니다. 코스별 경로를 다 기억하게 합니다.


"오늘은 서울의 달 코스야. 먼 여정이니 몸풀어 "


그러면 녀석은 스트레칭을 합니다. 다 알아들어요.


코스도 두어번 반복하면 길을 외웁니다.

녀석이 좋아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집으로 갈테니 앞장 서"


꼬리를 치면서 신나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발걸음도 빨라지고 옆에서 같이 겉다가 앞으로 나섭니다.


사실 지금 글쓰면서 오늘은 어느 코스로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저도 동네의 낯선 길을 걷는걸 좋아합니다.


산책은 반려견뿐만 아니라 사람한테도 좋습니다.

이미 나이든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누가 저한테 

장래희망이 뭔가요 ? 물으면 자신있게 답합니다.


" 프로산책러 "


사람이 가장 행복감을 느낄때는 언제인가 ?

여행 가서 좋아하는 이와 함께 산책할 때.


라고 합니다. 낯선 길을 강아지와 같이 걷다보면 

서로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낯선 풍경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저는 산책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2011년 봄 어머니의 장례를 모두 끝내고 집에

사랑이와 저만 남았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 돌아가시고 둘만 남았습니다.


강아지와 나. 


빈집에 둘이 멍하니 있는데 적막했습니다.


사랑이에게 산책복을 입히고 아주 멀리까지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나가있기도 하고

1년여를 사랑이와 산책하며 지냈습니다.

늘 어머니가 해주시던 청소와 빨래를 해놓고 녀석과

밖에 나가 걷고 , 지치면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더니 사계절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 힘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해서

다시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병실에서 잠든 어머니를 보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

하곤 했습니다. 심장이 뛰는걸 확인해야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랑이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아직 건강하고 아직 남은 시간이 많지만...


요즘은 예전에 본 영화 대사가 생각납니다.


※ 영화 컨택트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컨택트라고 제가 좋아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 작품입니다.

여주인공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화의 말미에 여주인공은 자신과 결혼하게 될 

남자에게 묻습니다.

예전에 본 영화라 대사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인생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어요? "


여주인공이 물어본 남자는 자신의 남편이 되지만

헤어지고 둘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불치병에 걸려 죽습니다.

여자는 미래에 벌어질 이 슬픔을 알고 있습니다.


남자는 답합니다.


" 아마도, 내가 느끼는걸 더 자주 말할지 모르겠어 "


미래에 닥칠 슬픔을 알면서도 여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을 감당하고 받아들입니다.


나의 강아지, 사랑이가 어떻게 늙어가고 생기를 잃을

지 알기 때문에 요즘은 더 자주 말을 걸고 표현합니다.


산책하면서 같은 풍경을 보고, 눈을 맞추고, 

날씨나 풍경에 대해 말을 걸어줍니다.

저는 갈수록 수다쟁이가 되어 갑니다.


내 늙은 강아지와 현재, 지금을 살아갑니다.


늙어가는 반려견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같이 하루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

먹고, 산책하고, 놀고, 자고. 


언젠가 저도 하늘나라로 가면 먼저 가 있던 사랑이와

샌디가 반겨주겠지요.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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