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스트 1편 : 여는 글
팁과 노하우 2017. 6. 14. 23:18 |2016년 8월 30일.
작년에 먹고 사는 법 - 1장:노가다는 막장이 아니다. 라는 글을 썼습니다.
글 이후에도 계속 노가다를 나갔습니다.
시공의 폭풍속에 현장속에 제 자신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보름전 현장생활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피곤이 가시니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 적응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작업 노하우 등을 풀어낼 생각입니다.
무서웠다. 잘 구부려지지 않던 오른손가락이, 퉁퉁부어 잠을 깨게 했던 손목의 통증이 만성이지 않을까 ?
기우였다. 노가다를 그만두고 쉰지 보름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듯
근육통은 사라졌다.
작년 여름 이벤트 처럼 노가다를 체험했다. 그런데 사계절을 다 겪어보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현장에서 적응하고 ,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
나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
노가다 잡부중에서도 잘하는 놈이 되면 졸업하리라 마음먹었다.
주5일을 나갔다. 현장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력사무소에 가면 일이 없어 집에 가기도 했다.
어디로 팔려갈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때로는 버스타고,전철타고 현장을 찾아가야 했다.
경력없고 할줄 아는게 적으니 일당이 싼곳에 자주 갔다. 수동적으로 시키는것만 하는건 싫었다.
종일 뼈빠지게 일하고 손에 9만원 쥐던 날도 있었다.
몇개월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고정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작은 현장만 전전하다 대기업 현장의 직영팀이 되었다.
더이상 새벽에 전화번호 하나 받고 지도 검색하거나, 일이 없어 집에 가는 일이 없어졌다.
현장 완공까지 출근이 보장된 팀에 들어간 것이다.
고정팀에 들어가고 나선 새벽에 인력사무소에 올라갈 일이 없어졌다.
작업복이 아닌 일상복과 깨끗한 신발을 신고 현장으로 바로 출퇴근했다.
현장 탈의실에 내 공간이 생겼다. 샤워실도 있어서 다들 말끔히 퇴근했다.
작업복과 안전화를 꾸겨넣은 가방을 메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그곳은 다른곳과 달랐다. 하는 일도 , 손에 쥐는 돈도 ,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달랐다.
다른 현장보다 일당을 더 받아 13만원을 벌었고, 야근하거나 힘든 날에는 더 벌었다.
한달에 300~400 만원의 수입이 보장된 현장이었다. 더 벌어가는 팀원들도 있었다.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과 락커등 내 공간이 제공되었고 샤워실이 있었다.
그곳의 노련한 팀장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은 모두 현장의 프로였다.
그런곳에 들어가서 말 붙일 사람 없고 손이 가야 했던 초반의 내 하루는 쉽지 않았다.
이곳은 숙련된 사람이 필요한 곳이었다. 나같은 초짜가 있을 곳이 아니였다.
알아서 다이 짜고 , 크레인이나 지게차가 자재를 옮길 수 있게 야무지게 정리하는건 기본이었다.
자재들도 규격별로 각잡아 쌓아야 하고 일의 디테일들이 많았다.
게다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 길을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후 4시가 넘으면 정리하고 에어건과 안전화 세척기가 있는 곳에 간다.
며칠이 지났다. 먼지를 털려고 에어건을 들었는데 팀장이 다가왔다.
"냅스야. 돌아봐 . 털어줄께. 그래, 할만해 ? "
반백발의 팀장은 내가 봐온 사람들 중 가장 노련했다. 일뿐아니라 여러면에서 그랬다.
조직내에서 꼰대 관리자였다는걸 깨닫고 직장 생활을 그만두었던 내게 그는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런 존재였다.
"내일부터 여기 고정으로 나와라 "
그의 한마디에 쩌리 땜빵에서 고정 팀원이 되었다.
팀 형님들은 알고보니 기공 출신들이 많았고 노련했다.
저마다 현장 반장,팀장 하던 사람들이 팀장을 믿고 모여서 같이 오랜시간 일을 해왔다고 한다.
현장에서 기공이 필요할때면 바로 대응이 가능했다. 목수,시스템,해체,조적,철근,배관 등등.
기공의 역할을 할때는 해당 기공의 일당을 받고 일을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력사무소 내에서도 '내일'이 보장된 그런 세상이 있었다.
현장에서 "저건 누가 하지 ? " 싶은 일은 모두 해야 했던 직영팀이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왕 하는 노가다 잘하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 망치질부터 자재 정리까지 기초부터 배웠다.
팀장은 나를 일꾼으로 만들고자 훈련시켰다. 디테일하게 연장잡는 방법부터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하는지 요령을 알려주었다. 내가 어느정도 따라오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하게끔 코칭을 해주었다.
연장을 다루며 일을 쳐내는 내 모습에 성취감을 느꼈다.처음엔 그리 힘들더니만 일상이 되었다.
하루를 보내고 탈의실에 갈때면 옆자리 형님과 웃으며 말하곤 했다.
" 오늘 하루도 깔끔하네 "
나름 처절하기도 했던 하루가 깔끔하게 느껴질때까지 9개월이 걸렸다.
자신에게 약속했던 사계절을 현장에서 다 보냈다. 대부분의 일들을 잘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나왔다. 다시 한량의 삶으로 돌아와보니 하루가 전보다 달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현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팁들을 녹여 적을 생각이다.
써내려가는 와중에 전에 봤던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
진정한 즉흥성을 발휘하려면 이 세계에서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바꿔 끝없는
흐름과 변화에 늘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훈련된' 즉흥성을 상상해야 하는데,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언뜻 모순 같아도
모순이 아니다.
매우 유명한 장자의 고사를 살펴보자. 포정이란 백정의 이야기다.
포정의 일과는 칼을 쥐고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내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지루하기만 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이면서 지식이 생긴다. 포정은 소의
다양한 근육과 힘줄을 그대로 자르지 않고 그 사이사이의 틈새를 찾아 칼질을 한다.
잡는 소는 매번 달라도 모든 소에게는 선이 있고, 연결 부위가 있고,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소를 쉽게 자를 수 있다. 포정은 익숙함과 훈련으로 어떤 소든,
어느 부위든, 보편적 유형을 찾아낸다. 그는 춤을 추듯 완벽한 리듬으로 고기를 자르고,
잘린 고기는 그의 칼날 앞에 힘없이 툭 떨어진다.
이때 그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도,지나치게 분석적으로 접근하지도 않는다.
소는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끝 부분에서 통치자는 포정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훌륭하구나. 그의 말을 듣고 삶을 제대로 사는 법을 배웠노라 "
- 더패스 : 장자 - 변화의 세계 편 219~220 페이지 발췌
TIP과 노하우
당신이 만약 인력소사무실을 나가 노가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1.빠지지 않고 나가야 일을 나갈 수 있습니다.
드문드문 나오거나 일을 너무 모르면 일당 싼곳 위주로 보내집니다.
규모가 작은 곳이라면 집에 돌아가는 날이 많아집니다.
자주 나와서 인력사무소 소장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사람들에게 먼저 배당됩니다.
제경우 매일 나갔더니 인력사무소 인원 반이 집에 돌아갈때도 일을 했습니다.
소장이 제이름을 기억하고 난 뒤에는 일을 못한 적이 없었습니다.
주말 이틀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동안 토,일 연달아 계속 나가야 좋습니다.
주중에 직장생활하다 주말에만 나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체력이 부쳐 힘들다면 월화수, 월화~목금 , 화수~금토 이런 식으로 연달아 나가세요.
2.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고정팀에 들어가는게 좋습니다.
물론 인력소 소장이나 반장들의 눈에 들어야 가능합니다.
고정 인원이 갑자기 빠져서 임시로 다른 사람을 데려가는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그럴때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고정팀에 들어가면 직장 다니듯 매일 같은 곳에 가서 안정적으로 벌 수 있습니다.
제경우 2년이 보장된 현장의 고정팀원이 되었습니다. 탑티어급 팀장과 같이 다니면
일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수년을 같이 다니는 멤버들이 많습니다.
인력사무소는 매우 좁은 사회입니다. 소문이 빠르게 돌고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사무소 잘 나오고 현장가서 일할때 성실히만 하면 금새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장 일을 모르는 패널티는 성실함과 인사성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3.현장 작업 기본기를 습득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차차 다루겠습니다.
의외로 현장일은 디테일이 많습니다.
쓰레기 버리는 단순한 일도 나름의 방법과 요령이 있습니다.
작업 기본기를 쌓아나가다보면 몸의 피로도도 줄일 수 있고 기회도 옵니다.
무엇보다 시키는 것만 하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일을 주도할 수 있게 됩니다.
평범한 직딩이었던 저도 이제는 현장내의 다양한 일들을 해낼 수 있습니다.
'팁과 노하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사는 법-노가다이스트 2편: 인력사무소 사람들&다크사이드 (6) | 2017.06.16 |
---|---|
복사 붙여넣기 프로그램으로 쉽게하기 - ctrl+c,ctrl+v 이젠쉽게 (15) | 2016.12.20 |
액정깨졌을때-문자,카톡보는 방법 (2) | 2016.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