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회복

공책 2016. 10. 13. 22:41 |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란 무엇인가 ?

새로운 방식의 삶에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 그간 무심히 보내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럼 , 이전의 나에게 일상이란 무엇이었나 ?

평일엔 회식 후 늦게 들어와서 개님이랑 산책하고 뻗어 자거나 ,

일찍 퇴근하면 배달음식에 미드 보며 밥먹고 + 음악 듣고 + 경치 구경하다 자거나,

주말엔 밀린 집안일들 처리하고 낮잠자며 체력 보충을 하는게 다였지.


해외출장도 자주 다니다보니 개님한테 늘 미안한 마음이 커서 산책만은 꼭 시키자는게 일상의

약속이었고, 동네 밤 산책하는게 가장 중요하기도 했다.



이제는 누군가의 직원도 , 누군가의 상사도 아니다. 역할놀이는 끝났다.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쓸 수 있게 되니 오늘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심히 보냈던 일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제 억지로 술을 마실 필요도 없고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되니 할게 많아진다.

저탄고지 식단을 해보기로 하고 정육점에가 고기를 사오고 , 야채를 볶고 나름 정성스레 아침을 먹었다.


개님과 밤이 아닌 오전에 동네 연못가를 아주 느긋히 돌며 가을 하늘도 보고 걷는걸 즐겼다.

녀석도 절로 흥이 나는지 꼬리는 하늘로 날아갈기세에 아주 발걸음이 당당하고 힘차다.

이런 개님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행복한 기분마저 드는 시간이었다.


간단히 집청소하고 커피도 내려마시며 느슨하게 뉴스들을 보다보니 오후가 찾아온다.


저녁을 차리는데 접시에 이쁘게 담아 혼자 음악들으며 기분좋게 먹고 설거지하고 다시 음악을

들었다. 중간중간 개님과 대화하고 놀아주니 녀석은 종일 기분이 좋다.


어두워지길래 노오란 조명을 켜고 첼로 연주를 들으며 이것저것 생각을 적어보고, 다시 책을 집어들고 독서를

시작했다. 참 오랜만에 책장을 넘기는데 따스한 불빛속에 보내는 한가로운 시간이 무척 낯설다.


참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 시작한지 이제 하루인데 기분 좋으면서도 낯설다.


계속 생각을 하고 노트에 적어본다. 앞으로 어떻게 하루를,일주일을,한달을 보낼지 대강 스케치해본다.

일개미같이 살아오며 인이 박힌채 무언가 계속 하려고 하는 내 자신을 진정시킨다.


식사를 준비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개님과 산책하는 그 순간순간들에 온전히 집중을 해본다.

내일도 일상의 순간에 집중하고 느슨한 계획을 세우고 개님과 산책을 즐기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것마냥 어색하지만 이또한 익숙해지겠지.


앞으로의 일상을 보내는데 있어 나름의 규칙들을 느슨히 세워보며 이번주를 보내야겠다.

해보지못한 것들과 하고 싶은것들이 생각을 해볼라치면 금새 넘친다.

서두르지 말고 느슨히 내 마음이 원하는 방향을 따라 가보자.


작업실 비스무리한 공간도 만들고 싶어지는데 어찌 될련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나는 밖을 구경하는 시간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개님이 밖을 보고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거나,

그 모습을 보며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바다를 보거나 , 베란다 밖을 멍하니 보는 시간이 좋았다.

몇년에 한번 마음먹고 가던 바다에서 멍하니 있어도 즐겁던게 갑작스레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던 시간들 위주로 일상을 채우면 더 행복하겠지 ?


개님과 바닷가를 자주 오가며 해안산책을 즐길것인가 , 아예 해안 근처에 집을 얻을 것인가 ?


예상치 못했던 고민이 시작되었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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