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이후 좀비물이 땡겨서 유플릭스에 올라온 영화들을 보고 있는데 나름 재미가 솔솔하다. 


어제는 웜우드:분노의 좀비 도로를 봤는데 좀비물에서 아직 신선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걸 보여줬다.


※ 영화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안보신분은 읽지 마세요 !




공포보다는 코믹이 더 어울린다고 보는데 저예산 영화치곤 좀비들 퀄도 나쁘지 않았다.

상황설명 없는 불친절함이 매력이고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중간 중간 개연성 따위 쌈싸먹고 뜬금없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오는데 빵빵은 아니고 피식피식 웃긴다.

스토리야 인터넷에 널렸으니 보면서 뜬금없던 장면들만 되새김질해본다.




# 1. 맞짱 뜨는데 거시기 때리는거 아니다. 그거 비겁한거야.






영화 후반부에서 정체불명 군인들과 좀비퀸 동생을 지키기 위해 붙는 장면이 그려진다.

동료 다 죽고 홀로 남은 군인 지휘관은 주인공의 맞장 제안을 받아들인다.


갑자기 부하들은 다 죽고 좀비들 튀어나올지 모르는 숲에서 1:1 맞장을 뜬다.


알고보니 피지컬도 뛰어나고 싸움도 주인공보다 잘한다. 주인공이 밀리다 안되겠으니 거시기를 잡아쥔다.

당연히 아파죽는 놈은 총으로 주인공을 쏘고선 싸울때 약점 건드리는건 비겁한거라고 갑자기 설교를한다.


지는 주먹다짐하다가 총 쏴놓고 ? 




# 2. 좀비가 차를 움직이는 연료로 쓰인다.가스불은 껐어요 ?


웜우드 좀비 설정의 가장 핵심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공기중에 퍼진 이후 석유는 기능을 잃어버린다.

낮에만 좀비 입에서 메탄 가스가 나오는데 주인공은 급 깨닫고 좀비를 연료로 매드맥스를 찍는다.






아지트에서 맥주 냉장고로 쓰이는 관속에 좀비로 변해버린 친구 네블이 들어있다.

맥주 꺼내먹으면서 곧 죽어나갈 한명이 씨익 웃는데 영화 찍으면서 자신도 설정이 웃긴지 진심으로

웃는 장면이 나온다. 네블입에 성냥불로 불을 붙이니 타는걸 보고 바로 차에다 연결해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 ! 무한동력 ! 좀비 입에서 나오는 메탄올가스로 동력을 얻는다.

단점은 낮에만 가스가 나와서 밤에는 좀비들에게 둘러쌓인다.



좀비가 우글거리는 밖으로 차를 몰고 나가기전 또 대사를 친다. "가스불은 껐어요 ? " 

좀비가 연결된 차를 몰고 가다 주유를 하자며 좀비를 찾는다.


빅재미는 아니지만 이렇게 소소하게 잔재미들을 성실하게 쌓아가는 영화라 은근히 정든다.




# 3. 맥주 마실래요 ? 치고 나오는 병맛 캐릭터




정감가는 어르신 캐릭터가 좀비에 손을 물려 뼈가 드러날 정도가 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좀비들로 둘러쌓인 차안에서 처음으로 셋이 대화를 하는데 지금의 이 지옥같은 상황보다

자신의 아들이 뇌성마비로 자신의 품안에서 죽었던 그때가 더 지옥같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왠지 급 짠해지고 호감이 갔었는데 바로 좀비에게 물린다.



어르신은 구급상자를 급히 찾는다. 현명하고 기기를 잘 다루는지라 구급상자 안의 톱이나 뭐

다른것으로 감염된 손목을 자를 거라 예상했다.



이 상황에서도 "반창고 붙이게요 ? " 대사를 친다.


모두가 정상일때는 혼자 병맛으로 일관하다 주인공이 판단이 흐려지는 후반부에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내 예상과 달리 구급상자안엔 맥주가 2병 들어있었다.

좀비가 되어버린 친구를 가둬놓은 냉장고속에서도 맥주가 있는데 이게뭐라고 상황이 웃긴다.



좀비영화에서 보아오던 상황의 흐름을 만들어놓고 중요 순간에 관객의 예상을 귀엽게 비튼다.




# 4. 좀비퀸 동생과 또라이 박사


저예산 B급 감성이라 불리는 영화는 종종 너무 진지하거나 병맛 일관으로 가다 균형을 못잡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과한 설정 놀이라도 중심을 잡고 있는 배우가 필요한데 주인공 동생이

하드 캐리한다. 나 쎈언니임을 초반 등장부터 보여주더니 군인들에게 끌려가 실험대상이

되어되어 말한마디 못하는 상황속에서도 눈빛으로 연기한다. 

눈빛만 봐도 좀비보다 세보인다. 그녀는 실험 부작용인지 좀비들을 부리는 좀비퀸이 된다. 





저 노란색 보호복입은 또라이박사도 영화의 지분을 3할 정도는 차지한다.

좀비 실험할때 뜬금없이 음악틀고 허리를 돌리며 춤을 추는데 손발이 아주 오그라든다.


특히 알림벨 같은걸 실험대상 좀비들과 여동생들한테 달아놓는데 영리한 설정이었다.

좀비한테 주사맞을 시간이라는 벨이 울리자 대바늘로 코속에서 뇌까지 뚫어버린다.

이윽고 여동생한테도 벨이 울리는데 그녀가 당할까봐 움찔해지는데 다행히 그때마다

사건이 생겨 넘어간다. 결박당해서 실험용 쥐가 되버린 그녀가 벗어나려고 애쓰다 좀비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능력을 깨닫게 된다. 저 또라이박사는 그녀가 좀비들을 움직여 감염시킨다.

스스로 감염된 팔 잘라버리고 그녀한테 덤비다 죽는다. The end.


이 외에도 소소한 재미가 내내 이어진다.


매드맥스에 대한 오마주와 끈금포 개그를 잘 버무린 영화이다.

기대감없이 봤다가 피식 하다보면 엔딩이 올라온다. 


제 점수는요. 10점 만점에 6점.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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