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면 책을 다섯권 고른다.

손이 가는대로 집어들어 퇴근 후에 읽을 거리를 마련한다. 


생각없이 고른다지만 돌아와서 펼쳐보면 일주일간의 관심사나

고민 등이 담겨있다.


지난 한주 가장 강렬했던 단어가 있다.


기발놈.


활동하는 커뮤니티 누군가 자게에 남긴 단어는 들불처럼 다른

곳에 퍼져나갔다.


손 바닥 뒤집듯 논조가 바뀌는 기자의 과거는 쉽게 들통난다.

기자가 정치를 하려고 하니 스텝이 꼬이나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제 뉴스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만

본다. 자주 들여다보면 속이 시끄럽고 산만해진다.


이 소란통에 휘말리며 살다보면 대체 뭐가 남는거지 ?


평소보다 느리게 읽으며 알랭 드 보통의 글에서 묘한 위안을

받았다. 온갖 프레임을 만들어 뉴스를 정치에 이용하려 혈안

이 된 한국에서 꼭 읽어봐야할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려움,공포,분노,욕망. 이성을 마비시키는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스크 뒤의 사람들이 범인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뉴스들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

몇 달,심지어 몇 해 동안 소비한 뉴스 중 남는걸 전부 합하면

얼마나 될까 ? 실종된 아이,예산 부족,불륜을 저지른 장군에 

대한 소식을 접하며 느꼈던 그 수많은 흥분과 두려움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 이 모든 뉴스 기사들이, 예를 들어 중국이

부상 중이고 중앙아프리카는 부패했으며 교육은 개혁되어야 

한다는 등의 막연하면서도 놀랄 것 하나 없는 결론들의 퇴적물

을 넘어서 우리의 지혜를 늘리는 데 얼만큼 기여하는가 ?


우리가 이런 의문들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대체로 우리의

정신 상태가 너그럽기 짝이 없다는 징후다. 우리는 단순히 뉴스

에 대해 신경을 끄는 것만으로도 뭔가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상상

한다. 아주 어렸을 때 처음 들인 습관,즉 학교 조회 시간에 다리

를 포개고 앉아 권위 있는 인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공손하게 귀기울이던 버릇을 고치기

란 어렵다. 뉴스가 어째서 중요하냐고 묻는 건 뉴스가 중요하지

않다고 간주하려는 게 아니라,보다 자의식을 갖고 뉴스를 수용

하려 할 때 얻게 되는 보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각주:1]



철학자 헤겔이 주장했듯,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

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 

선진 경제에서 이제 뉴스는 최소한 예전에 신앙이 누리던 것과

동등한 권력의 지위를 차지한다. 뉴스 타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

로 정확하게 교회의 시간 규범을 따른다. 아침 기도는 간략한

아침 뉴스로,저녁기도는 저녁 종합 뉴스로 바뀌어왔다.


뉴스는 뉴스의 작동원리가 거의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그리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을 제가하기 어렵게 하는 방법을

안다.뉴스는 추측으로 점철된 자신의 관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별다른 억양 없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뉴스는 세상사를 그저 보도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

내지 못하지만,대신 지극히 뚜렷한 우선순위에 의거한 새로운

세상을 우리 마음속에 공들여 짓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간다.[각주:2]



우리는 언론 매체가 가진 특별한 능력,즉 우리의 현실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력에 대해

전혀 체계적으로 지도받지 않는다.

교육에 대해 별의별 소리를 떠들어대면서도,현대 사회는 자신

의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수단을 검토

하는 데 참으로 무심하다.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간에,

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은 방송 화면과 전파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태어나서 고작 18년 남짓 교실에 갇혀 보호

받을 뿐,나머지 인생은 사실상 어떤 제도권 교육기관보다도 더

커다란 영향력을 무한정 행사하는 뉴스라는 독립체의 감독 

아래에서 보낸다. 일단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끝나면 뉴스가

선생님이다. 뉴스는 공적인 삶의 풍조를 조성하고 우리 각자의

테두리 너머에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

하면서도 유일한 힘이다. 


뉴스는 공적인 삶의 풍조를 조성하고 우리 각자의 테두리 너머

에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힘이다. 뉴스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을 만드는

유일한 힘이다. 혁명가들이 그러하듯,만약 당신이 한 나라의

정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미술관,교육부,또는 유명 소설가

들의 집으로 향하지 마라. 정치체의 신경중추인 뉴스 본부로

곧장 탱크를 몰고 가라.[각주:3]



어째서 우리 대중은 계속 뉴스를 확인하는 걸까 ? 이는 공포와

큰 관련이 있다. 뉴스에서 눈을 떼고 나서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습관처럼 불안이 축적된다.

...


이런 사건들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인지라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정상적이고 축복받았다고 느끼게 된다.그런 뉴스를 접하고

나면 예측 가능한 일상의 쳇바퀴 앞에서,우리의 이상한 욕망을

우리가 정말 단단히 비끄러매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동료를

독살하거나 친척을 안뜰에 묻어버린적이 결고 없는 자신의

자제심 앞에서 새삼 안도한다.[각주:4]



  1.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문학동네,16~17쪽 [본문으로]
  2.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문학동네,11~12쪽 [본문으로]
  3.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문학동네,12~13쪽 [본문으로]
  4.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문학동네,15~16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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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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