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아프지마.

가족 2011. 7. 20. 21:12 |
집에 모기가 보이기 시작해 심장사상충 예방 주사를 놔주려고 병원을 찾았다.

오전 10시 20분.

외출하니 신이 나서 뛰어가는 사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광견병 예방 주사도 추가한다고
하길래 당연히 그러시라고 하고 기다렸다.

오전 10시 50분.

집에 돌아온 사랑이 갑자기 토를 한다.
꼭 신문지에만 똥을 누는 사랑이가 거실 여기저기에 묽은 변을 쌌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사랑이를 위해서 주사를 놔준건데 아파버리니 죄책감과 동시에 혹시나 잘못될까봐 두려웠다.

병원에 전화를 했다.

의사 왈  " 주사 맞고 그럴 수 있어요. 백신 알러지가 있나 봅니다. 눈이 부으면 데려오세요 "

전화를 하는 사이 사랑이는 안방 구석으로 가버렸다. 언제나 내 옆에만 있던 녀석이 구석을 찾는다.

두려움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광견병 주사가 정말 독하단다.
게다가 백신에 알러지 반응이 생길경우 심하면 죽을 수 있다는 글을 읽고, 바로 사랑이를 안고 병원을 찾았다.

사랑아. 너마져 가버리면 난 어떻게 사냐..아프지 마라. 

병원에 가니 의사가 보자마자 하는 소리  "사람도 백신 맞고 죽을 수 있는거 아시죠 ? "


참나...과연 그게 첫 마디에 할 소린가 ? 열이 뻗쳤다.
병원 갈때마다 5만원, 10만원 다른 병원보다 비싸도 사랑이한테 좋은거면 다 해주고 이백만원 이상 쓴거 같은데
어떻게 저따위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광견병 백신 놓기전에 주의사항이나 이런 백신 알러지에 대해 미리 고지해야 하는게 아닌가 ?
놀란 견주를 보고 하는 소리가 죽을수도 있다라니..정말 열이 받았다.

그래도 사랑이가 먼저니 꾹 누르고 봐달라고 했다. 주사를 한대 놔주더니만 집에 가서 지켜보면서 눈이 부으면 오란다.

축늘어진 사랑이를 안고 집에 왔는데 또 토한다. 계속 토하더니만 나올게 없어 위액만 나온다.


아침만 해도 신나게  뛰어다니던 녀석이 이리 아파하니 가슴이 찢어진다.

내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 또 아프다.

몸이 간지러운지 침대 위에 누워있으면서 계속 몸을 뒤집고 몸부림을 친다.

쓰다듬어 주면서 괜찮을거라고 사랑이한테 , 그리고 나한테 계속 말을 해줬다.

2시 넘으니 다행히 조금 안정이 되었다. 휴...여전히 몸이 가렵고 가끔 구역질을 하지만 안정이 되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사랑이만 지켜보며 제발 괜찮아지기만을 바랬다. 
말못하는 강아지한테 너무 미안했다.

 
처음엔 구석을 찾더니만 다시 내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몸에 균을 넣어 면역력이 생기게 해주는 과정이 사람처럼 아무일 없을줄 알았는데..힘이 드나 보다.

제발 아프지 마라며 온 힘을 다해 사랑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후 6시 이제 토도 안하고 가렴움도 가신것 같았다.

밥은 못 먹을테고 북어국물을 내서 식혀 줬더니 다행히 먹는다. 휴...


오늘 밤새 지켜봐야 겠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긴것 같다.

백신 알러지가 심할 경우 눈을 못뜰정도로 붓고 기도가 막히는 급박한 경우도 있다던데 다행히 사랑이는
눈이 붓지 않았다. 

사랑이도 나도 좀 진정이 되었다. 

엄마가 살아 계실때 내가 출근하면 엄마 곁에서 늘 말동무가 되어주고 옆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리던 사랑이.
엄마가 떠나고 내 곁에서 위로가 되어주었던 사랑이를 잃는 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

제발 오늘밤 무사히 지내고 다시 건강해지기만을 바란다. 사랑아 아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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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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