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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의 삶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다.


직장생활 은퇴도 그랬고, 그 이후의 삶도 그냥

계획없이 닥치는대로 살았습니다.

하루를 무언가에 몰입해서 잘 보내면 그걸로 됐습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대표할 단어를 고르라면 요겁니다.


플래뇌르 Flaneur  


프랑스 시인 피에르 보들레르가 퍼뜨린 개념입니다.

마을을 활짝 열고 도시의 거리를 한가롭게 거니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마지막 직장을 관두며 프로산책러가 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와이프가 될 여친하고 있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어린시절 부터 강아지랑 동네 산책하며 천천히

걷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시기엔 강아지랑 동네

산책하며 걷는걸로 회복했습니다. 


강아지산책 일러스트


해외 출장 다니던 시절은 어찌나 고통스럽던지.

집에서 기다리던 강아지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뒤로는 프로산책러가

되어 동네 여기저기를 아무생각없이 다닙니다.

계절이 바꿔놓은 풍경과,작은 동네 가게들이

어떤지 둘러봅니다.


요즘은 동네 개인 빵집 사장님의 탈모가 심해

져서 저도 속이 상합니다.

새벽 4시 30분이면 홀로 불을 밝히고 빵을

만들고,5시쯤이면 막걸리 한병을 사들고 근처

집으로 퇴근을 하십니다.

사모님은 12시 넘어서까지 가게를 지킵니다.

동네 자영업자의 고단한 삶을 매일 지켜봅니다.

이 동네 빵집 좌우로 30미터 안되는 거리에

파리바게뜨와 2900원 빵집이 경쟁을 합니다.

2900원 빵집은 24시간 영업을 선언했습니다.

슬픈 미래가 보입니다. 아...


슬픈 세상사 외에도 동네 고양이가 볕이 들면

즐겨 찾는 담벼락과 주변 강아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크래치 장소도 모두 꾀고 있습니다. 

프로산책러가 된 이후 동네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세레노 serono 


1)맑은,구름이 걷힌,청명한

2)고요한, 평온한


이라는 뜻입니다.

cielo sereno 라고 하면 맑은 하늘이라는 의미


기억도 안나는 군대 시절 시오노 나나미 책에

빠져살던 옆자리 선임덕에 알게된 단어입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좋아했는데

망언을 쏟아내는 바람에 지금은 안봅니다.

그녀의 망언은 모음집이 있을 정도이지요.

위안부 망언 이후로 책을 다 버렸습니다.

그릇된 역사관을 지닌 이가 펜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쨌든, 20대의 저는 세레노란 단어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집착,얽매임없이 고요하고 청명한 어른이 되어야지.


우연히 마음에 품게 된 두 단어는 다른 듯

하지만 같은 의미입니다.


지금껏 집착,열망 등에 이끌려 살아왔던지라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의 이끌림 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 생각하면 회사를 살리겠다고 내 개인의 삶을,

그리 좋아하는 산책을 다 포기하고 타국을 헤매고

다니던게 정말 미련했습니다.


그 전의 회사에서는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감당하면서도 빨리 성장하겠다고 과하게 노력해서

출근 길 주차장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때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빠른 승진,늘어나는 월급에 취해 비틀거린 시간

속에서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바보였습니다.


이런 푸념을 늘어놓으려던게 아닌데 쓰다보니

과거의 후회가 밀려옵니다. 


이제 그만.



어쩌다 찾게 된 빈 틈


얼리버드인지라 새벽이면 눈이 떠집니다.

차를 내려 마시고 점심 전까지 뭔가에 집중합니다.


이런 저런 보고서들을 보다 보니 분산되어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분산되어 있는 자료를 정리하고 패턴화하여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 정리하는 소일거리를

1년여 했습니다.


이유는 시간이 잘가서.


그렇게 오전에 집중해서 작업하고 가장 중요한

강아지랑 동네 산책 다녀오고 책을 읽습니다.


사랑이랑 산책 사진


그러다 저녁 먹고 나선 영화나 미드를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요즘은 넷플릭스 때문에 밤이 짧습니다.


계속 데이터를 보다보니 뭔가 틈이 보입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매일 하는 소일거리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뭐 안정,적금,노후준비 그런걸 생각하고 살아본

적이 없는데 어쩌다보니 그런게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닥치는 상황에 반응하면서

살아도 살아지더라구요.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일거리가 필요치 않은

상황에 적게나마 수익이 들어오니 흥미가 생겼습니다.


2019년 지금은 당시보다 수익이 6배로 늘었습니다.

투입하는 시간에 비례해 수익을 느는 구조가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저라는 놈은 워커홀릭 기질을 타고났는지라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소일거리한다고 동네 산책 시간을 줄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로 쓰는 시간은 하루 3시간 이하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점심 전까지만 일을 하니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영리하게,과정을 줄이고 패턴화하려는 노력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분산된 시계열 데이터를 보고 미리 만들어놓은

여러 데이터 템플릿에 쏙쏙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엑셀을 활용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다 자동화할 순 없을까 ? "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포스터 이미지


영화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지요.


하루 3시간이라는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자동화에

눈을 돌려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엑셀 VBA 스크립트가 가장 유용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수준의 보고서까지 짜잔 ! 하고

뽑아내기 힘들었습니다.


파이썬 이미지


국민학교 시절엔 학원이란게 생소했습니다.

늘 집에 혼자 있었던 지라 부모님은 학원에 보냈습니다.

주산학원 다니며 주판을 튕기는데 동네에

컴퓨터 학원이란게 생겼습니다.


디스켓 갈아끼우며 포트란으로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웠습니다. 


매크로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던 차에 파이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더 빨리 프로그래밍으로 눈을 돌렸어야 하는데 !


직장 은퇴 후 첫 후회입니다. 

짧은 인생, 진작에 파이썬 해서 더 놀걸.


여러 데이터를 병합해서 시각화하거나,

시계열 데이터 값 예측,

웹 크롤링 작업을 모두 파이썬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데이터로 소일거리하며 수익을 내기 위해선

일단 분산된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수익은 가공된 데이터를 재료로 가치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약간의 창의성과 추론, 굳어버린 머리를 쓰는 시간이지요.


그렇다면,데이터 수집 및 가공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면 하루 3시간으로도 비약적으로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데이터 템플릿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자동화와 결합하면 날개를 달 것 같습니다.


pandas로 데이터를 병합하고,

Matplotlib.pyplot이나 seaborn 모듈로 시각화,

Beautiful Soup 모듈로 웹에서 데이를 긁어오고,

fbprophet 모듈을 활용해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

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하여 일종의 봇으로 

돌리면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파이썬은 돌아온 탕자에게 친절합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에 넷플릭스를 줄이고 있습니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 한창 빠져있지만

파이썬이 더 재미납니다.

참,DC 타이탄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새로운 걸 배우기에 정말 좋은 시대란건 매일 느낍니다.


책이 인생을 바꾸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실마리를

던져 줍니다. 저는 이 문장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냥 뭐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리 되었습니다.


"빅 데이터가 생기기 전에는 분석이라는 것이 

보통 데이터를 수집하기 훨씬 전에 세워놓은

몇 개의 가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데이터 스스로 진실을 드러낸다면 

우리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연결 고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중략


데이터화란 하늘 아래 모든 것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로,개인 위치나 엔진의 떨림,교량이

받는 하중처럼 여태껏 한 번도 정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까지 정보로 수집해,

수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 형식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예측 분석'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열이나 진동에 기초해 엔진이 곧 고장날

것인지 감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보에

내포된 잠재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


지금은 말하자면 보물찾기가 진행 중이다.

사람들은 데이터에서 추출할 수 있는 통찰과

인과관계를 상관관계로 바꾸었을 때 드러날

잠재적 가치를 찾아 나선다.

보물은 한 개가 아니다. 어떤 데이터 집합이든

각각 아직 발굴되지 못한 고유한 가치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모든 게 숨은 보물인 것이다.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21세기 북스/31~33쪽



날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


노후준비로 주식,채권,실물투자,창업등을 다 고려

하고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 머신러닝을 활용해 투입하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직접 파이썬을 배우고 있지만 원하는

레벨에 도달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교화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되어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공자는 모든 걸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날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 "


나이 들수록 정말 명언이라 생각되는 노자의

문장입니다.


노자에서 말하는 '약함'은 별개 요소들을

연결하고,감지하고,작동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바로 여기서 힘이 나온다.

천하를 얻으려고 애써 무언가를 한다면,

나는 그것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천하는 신묘한 그릇이라 그렇게 될 수 없다.

애써 하려 하면 실패하고,잡으려 하면 잃을 것이다."


-더 패스/김영사/163쪽


오전 3시간, 시간을 늘이기 보다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데 관심을 쏟는 지금이 1년 후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심히 궁금합니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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