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어제 일입니다.

모카 롤케익과 2,900원 식빵가게의 연유식빵을 사러

신나게 30분을 걸어갔습니다. 


도착하니 불꺼진 매장이 을씨년스럽게 맞이합니다.

종종 찾던 베이커리 두 곳이 다 닫았습니다.

빵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 서 있던 곳이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피터지는 경쟁터인 부평역 일대를 산책

하면 이런일이 일상입니다.

뭔가 인기를 끌면 앞다투어 동일 업종이 떡하니 생깁니다.

그리곤 승자없이 같이 망하곤 합니다.

궁금해서 식빵 전문점 창업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식빵 전문점


저는 동네 산책과 구경을 좋아해서 부평역과 문화의

거리(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사이의 거리가 모두

보이는 곳에 사무실을 얻었습니다.

전면이 모두 창이라 활기 넘치는 거리가 한눈에 보입니다.


새벽이면 간판 싣고 가는 차량과 사다리차,철거차량이

보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새로 시작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곳이 부평역입니다.

부평역에 있으면 새로 생겨나는 신규 프랜차이즈와

유행 업종이 한눈에 보입니다.


2018 트렌드라 할 수 있는 2,900원 식빵 전문점은

주변 10분 거리 안에 지상/지하 7곳이나 있습니다.

어제 망한 곳은 자영업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카스테라 전문점 > 옛날 치킨업종변경 > 꽈배기 >

생과일쥬스 > 생 도너츠 > 2,900원 식빵공장 

젊은 여성 두 분이서 열심히 하던 곳인데 안타깝습니다.


부평역 인근을 산책하며 느끼는 업종의 부침을 보고

통계를 찾아보면 전국 대표 표본으로 삼아도 될 정도입니다.


제과점 추이베이커리 업종 추이


위 차트는 베이커리 제과점 업종 개폐업 추이입니다.

2017년 8월 ~ 2018년 8월 1년으로 잡았습니다.





3월 부터 식빵가게가 여기저기 생기는게 보였습니다.

순식간에 생기더니만 여름을 기점으로 시들어갔습니다.

위의 전국 베이커리 업종 추이와도 일치합니다.

 

뎅뎅이랑 다니는 산책 코스라 가게들 간판 바뀌는걸

지켜봤습니다. 폐업이 잦아지면 나중에는 깔세 깔고

들어와 '눈물의 폐업' ' 아~천원,2천원' 중국산 의류,

속옷 등을 파는 임시 매장으로 변합니다.

옷을 킬로당 가격으로 떼오는 곳에서 물건 받아서

팔고 나가는 곳이 쉽게 보입니다.


저가 베이커리, 식빵 전문점 말고 요새 경쟁이 치열

한 분야가 양꼬치 가게입니다.

젊은 부부가 새로 오픈해서 매장 안에 맥북으로 

음악을 틀던 곳이 있습니다. 구형이라 사과마크가 번쩍.

지나가다 보면 손님도 많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런데 맞은편 도로 건물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합니다.

저는 산책 중 맞은편을 보고 불안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불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도로 하나 두고 양꼬치 가게가 또 생겼습니다.

그곳은 전쟁을 하자는 것인지 건물벽에 테이블 당

맥주 2병 무료로 준다고 광고를 시작합니다.

손님들은 다 그곳으로 가고 먼저 오픈 했던 양꼬치

가게는 문을 닫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비열한 거리 포스터


물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습니다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프랜차이즈,편의점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업종도

신규 창업시 동일 업종 거리제한을 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갑자기 양꼬치 식당이 생각나서 길어졌습니다.

다시 식빵 전문점으로 돌아옵니다.


2018년 8월 11일 기준 베이커리 빵집 창업과 폐업

현황을 찾아봤습니다. 


베이커리 업종 현황


현재 운영중인 곳이 17,980곳

폐업한 곳이 27,020곳입니다.


최근 7일(8월 초) 개업 32곳 폐업한 곳이 24곳 

행정안전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 기준입니다.


개인 베이커리 운영하다 주변의 체인점 때문에 

2,900원 네모식빵으로 변경하는 곳들도 있지요.

식빵 체인 운영하는 곳보니 정말 많습니다.


공정식빵

2900 수제식빵

착한식빵

식빵공방

갓식빵

도담도담식빵

빵사부 식빵공방

또아식빵

언니의 식빵가게

한나식빵

바푸리 수제식빵

얌얌식빵

식빵연구소


등 등.


과포화 상태라 이제는 재료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상호들도 보입니다.


해초식빵,쌀식빵,보리식빵,천연발효식빵,느린식빵 등


빠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오랜 프랜차이즈 강자와

같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무한 경쟁에 놓인 처지입니다.


무한경쟁 예시 이미지

자영업자 폐업률 90프로에 육박한다는 기사도 보입니다.

저도 제 매장을 운영하다 가정 사정으로 폐업하고

막대한 손해를 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복구하기까지 오래걸립니다.

게다가 퇴직금 올인해서 하셨던 분이라면 순식간에

삶의 질이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신규 창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산 규모를 찾아봤습니다.


2018년 예산입니다.

소상공인 창업지원에 140억원

소상공인 성장지원에 510억원 등


신규 창업자를 위해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사이버평생교육원,상권정보시스템 등의 사업을 벌입니다.

저는 서울시의 소상공인 창업 교육도 받아봤습니다.

얼마나 현실을 반영할까 ?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이론교육과 업체방문 등으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육 듣고 수료증 받아야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영업자 폐업률를 낮추고 안착시키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선 상권정보시스템을 운영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지역별 업종의 과밀지수,

상권정보, 상가 권리금등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미 축적된 업종별 과밀 데이터가 있으니 신규 

창업자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는 시점부터 과밀 지역,

과포화 상태의 업종일 경우 최소한의 안내나 어떤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상생을 생각해보자는 순수한 생각이 통할 시대가

아닙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바로 점포 계약하고 업자들한테

당하고 여기저기 뜯기는 코스를 타기 전에 막아줄

제도적 장치나 교육 기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육도 뜬구름 말고 자기가 세운 사업계획서를 

백종원 같은 실무 경험이 있는 강사가 원가 개념부터

현실적으로 잡아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


골목식당 보며 장사 쉽게 보고 뛰어드는 사람들 보고

혀를 차지만 그런 분들이 많은게 현실입니다.


직장에서 나오고 뭔가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고

코너에 몰리면 합리적인 판단을 못할 수 있습니다.


저는 빵을 좋아라합니다.

빵 맛집을 찾아 멀리까지 시간들여 찾아갑니다.

어떤 곳은 다 팔릴까봐 뛰어들어가는 손님도 봤습니다.


모든 가게가 저렇게 맛집이 될 수 없습니다.

2,900원 식빵 사가면서 엄청난 맛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 그 망한 빵집은 주변에 

식빵가게가 그렇게 3곳이나 생기지 않았다면 

충분히 오래갈 수 있었을거라 봅니다.

본사에서 보내주는 재료들 계량해서 틀에 넣고 

구우면 나오는 양산형 식빵집이 아니였습니다.


예전 조개구이 열풍부터 시작해서 뭐가 뜬다고 하면

부실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주들 모아서

전국에 퍼뜨리고 자기들만 한껏 챙기고 빠집니다.


잘 생각해보면 정겨운 동네 가게를 잡아먹는 프랜

차이즈 구조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찜닭이 유행했을 때 강남 뱅뱅사거리에 사무실 두었던

프랜차이즈 본사와 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전 본사 홈페이지와 홍보자료 디자인 작업으로 

인테리어 하던 형님과 같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사무실 갔더니 말 그대로 튀었습니다. 


그 본사는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고 신문에 광고

해서 전국적으로 가맹점주 모으던 곳입니다.

당연히 믿었는데 하루아침에 튀다니 원 -_-;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속이 쓰립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불나방이 문제인가 ? 뛰어들게 하는 불이 문제인가 ?

불나방이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문제인가 ?


전에 읽은 칼로리플래닛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아프리카 어느 민족은 소가 전 재산입니다.

갑작스레 귀중한 소를 잃은 이웃이 있으면 자신의

소를 돌보는 사람으로 고용해서 같이 지냅니다.

먹을게 부족하지만 기꺼이 서로 나눠먹습니다.

그렇게 소를 잃을 사람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을때까지

같이 먹고 자며 지내는게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합니다.


물이 귀해 머리를 못감으니 진흙을 발라 생활하는

문명과 동떨어진 그들의 문화에선 보험이나 사회보장

제도가 아닌 이웃들이 서로를 지켜줍니다.


왜 우리 사는 세상은 이렇게 되었는지 먹먹해집니다.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찾아 올라가면 정치와 언론까지

나올테니 여기서 줄입니다. 


동네 가게들이 내일도 그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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