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공책 2014. 5. 12. 11:17 |




밖에는 봄비가 오고 음캠에선 철수형이 Jeff Buckley - Hallelujah를 틀어줘서 감성이 아주 흘러넘친다.

센치니뭐니 하는 단어는 차마 못쓰겠다. 영화보고 집에서 뒹굴거리다 개님 목욕시키고 나도 목욕하고 대청소하고 빤스만입고 카펫위에

누워있으니 상쾌하고 행복감마저 느껴진다. 새로 뽑은 스피커에선 좋은 음악도 나오고 먹을건 많고 뭐하나 아쉬운게 없다.

조명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공사해놔서 굳이 카페 안가도 집안이 더 이쁘다. 맛있는 커피도 넘치게 있고.


오롯이 혼자 즐기는 시간이 좋아 일요일에 여친도 안부르고 행복감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한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맛있고,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 모든 순간들이 온전히 내것이었고, 나만 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나는 변했다.


맛있고,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 가슴이 아리고 슬프다.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며 이게 인생이라는 건가...스스로 묻는다.

즐겁지만 슬프고, 행복하지만 슬프고, 기쁘지만 슬프고 , 맛있지만 슬프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즐거움을 같이 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이는 이세상에 없다.

같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데 사랑하는 이는 이세상에 없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눈을 뜨면 병원에 있는 것 같고, 아직도 장례식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떠나보내고, 가슴에 묻고 난 이후 내가 살아숨쉬며 느끼는 것들을 공유할 수 없음에 가슴이 아리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건 이런것인가. 


시간이 지나고 아픔은 어느정도 치유되었지만 같이할 수 없는 슬픔은 치유할 수가 없다.

평생을 이렇게 살 것이다. 


뉴스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블로그에 김어준 팟캐스트를 올리고 같이 듣고 있지만 듣기가 힘들다.

뉴스 기사, 나랏돈 받아처먹는 님들이 내뱉는 말들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혀 숨이 막힌다.


뉴스보며 분노하고 우울함에 시달리던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그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들도 누군가와 이별을 하고 가슴 어딘가 아린 상처하나쯤 있을텐데 왜 그따위로 입을 놀릴까.


이제는 지나가는 고등학생들만 봐도 가슴이 짠하다. 나만 그런게 아니겠지.

지켜보는 나도 이런데 그 부모들 마음은 어찌할까.


왜 그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같이 아파하지 못하고, 온전히 위로해주지 못할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리잡는게 대체 무엇인가. 


이제는 다른 족속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지 ?

그냥 지금처럼 잘먹고 즐기면서 살면 그만인가 ?

돈과 권력이 이건희 만큼 있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진데 왜들 그럴까.

한참 잘못되가고 있다. 다들 그렇게 느끼겠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어렵다. 조금 있으면 jtbc 9시 뉴스할 시간인데. 또 얼마나 혈압이 오를까.


힘없는 어른인게 미안하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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