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린드스트롬이 생활 속 작은 단서에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냉장고 자석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발견해내다니.


잠깐만, 지금 그의 책을 발췌하며 정리하다보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는 닥터 하우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 하우스의 문제 해결 방식.

캐서린,체이스,포어맨이 생각난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도덕적인지 묻는

캐서린, 무조건 하우스에 찬성하는 체이스 , 반기를 드는 포어맨. 

환자가 생활하는 집에 들어가 쓰레기를 뒤져 힌트를 찾던 장면들이 생각난다.


스몰데이터는 거기에 있었다.


 

오아시스와 냉장고 자석 - 마틴 린드스트롬



오아시


색깔, 상상력, 두꺼운 문, 붉은 입술, 거울의 부재. 이들은 러시아 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 그러나 모든 스몰데이터 중에서 가장 큰 조각이 바로 내앞에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모든 집의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엄청나게

많은 냉장고 자석이었다.


...중략


이 같은 사실을 깨달은 이후, 나는 집을 방문할 때마다 꼭 가족에게 누가 어느

자석을 붙였는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항상 같았다. 엄마가 냉장고 문 중앙에 있는

첫 번째 자석을 붙이고, 아빠가 그 다음 자석을 붙였는데 대체로 아내가 붙인

자리 오른쪽에 붙였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은 부모가 붙인 바로 아래쪽에

자석을 붙였다.


엄마가 붙인 자석을 둘러싼 채 다른 자석들은 원을 만들었다. 엄마는 집안의

중심축이었다. 여성이 러시아 문화의 핵심임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였다.

상징적인 관점에서, 내가 본 자석들은 자유나 도피, 해외여행,이국적인 외국 도시들을

대표했다. 아이들 눈높이에도 맞춰져 있었다. 

마치 "네 앞엔 미래가 있어.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인간은 모두 감정을 표출할 수단이 필요하며, 나는 이것을 오아시스라고 부르고자 한다.

엄밀하게, 오아시스는 출발점이 아니라 긴장을 풀고 유랑할 수 있는 출구다.


러시아 남자들에게 오아시스는 여름에 보드카와 러시아 코냑과 맥주를 가득 실은

보트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낚시하는 곳이다.


알코올 중독을 비롯한 모든 중독 증상은 본질적으로 변화와 초월에 대한 탐색이며,

자신의 정체성이나 환경으로부터의 도피다. 

초월은 인간에겐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리가 죽거나 미쳐버리거나 탐색을 멈출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좀 더 부드럽고 더 예술적이며 좀 더 밖으로 드러내고 더 여성스러운 일면의 성격을

내보임으로써 냉장고 자석은 여성들의 희망과 환상, 그리고 열망의 보고가 된 듯했다.

그저 고단하고 남성 편향적인 러시아에서의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만은

아니었다. 냉장고 자석은 언젠가 자신의 아이들이 현 세대보다 억압을 덜 받고 좀 더 나아진

삶을 누리길 바라는 엄마들의 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 <스몰데이터>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로드북, 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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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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