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쿨타임이 쉴새 없이 돌고 있는게 분명하다. 때가 오면 눌러줘야만 한다. 벗어날 수 없다.



쿨타임이란



와우(WOW 월드오브워크래프트) MMORPG 게임을 예로 들면 , 위 이미지처럼 캐릭터는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해가며 게임을 진행한다. 누르자마자 기술이 나가는 '즉시시전'과 재사용 대기시간이 걸리는 기술이

있는데 위에 '18 ,3 ' 처럼 사용하고 나면 일정시간이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말한다.


내 마음속에도 다양한 쿨타임이 돌고있다. 예를들면, 본 시리즈 다시보기 쿨타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맥주와 버터구이 오징어를 사들고 집에 들어와 IPTV로 신나게 본다. 아니, 봐야만 한다.

 

가끔 뜬금없이 즉시시전이 떠서 괴로운 경우도 있는데 이를테면 와우가 그렇다. 

게임엔 전혀 관심도 없이 살아왔는데 와우에 손을 댔다가 3년이 순삭.

40명이 밤새며 레이드해서 보스 잡던 그때의 흥분은 잊을 수가 없다. 움찔움찔하는 와저씨들 많은거 다 안다.




와우에서 도적을 주로 플레이했는데 레이드 뛰며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 효리라는 칼을 손에 넣었다.

당시 서버 전체에 소유자가 몇 안되던지라 아이언포지 우체통앞에 서있기만 해도 갤러리들이 모여들었다.

게임속 칼 한자루 만들려고 반년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정성을 다했다.

우리 40명 공대원들 말고도 효리 만드는데 보태라고 이것저것 우편으로 넣어주던 인정넘치던 서버 사람들.


지금의 나는 무엇을 질러도 효리 들고 가슴뛰던 기쁨을 뛰어넘을 수 없다.  


명언이 있다. 와우는 접는게 아니고 쉬어가는 거야. 자꾸 보고싶어지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와우를 언급했을 뿐인데 마음속은 이미 다시 와우하고 싶어져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게다가 오늘은 새로운 확장팬인 군단의 사전패치 날이라는데...타격감이 그리 좋아진다고 하는데...


나는 와우를 접은지 오래되었음에도 쿨타임이 돌아올때마다 와우 인벤에 접속하여 모든 이슈를 스캐닝하고

대규모 패치 소식을 저하면 가끔 꿈에도 나온다.  블리자드가 이렇게 무섭다.



본디 쿨타임은 불규칙하게 돌아오는데 카드 고지서마냥 때되면 어김없이 돌아와서 봐야만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 그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뭣에 홀린거마냥 기어코 보던 영상들을 정리해본다.

나는 하필이면 시리즈에 주로 꽂혀서 갈증을 해갈하는데 오래 걸린다. 

전에는 잠을 포기하며 몰아쳐보는 바람에 잠을 포기했는데 -_-; 이제는 체력이 딸려서 나눠서본다.



1. 밴드 오브 브라더스




대체 몇번을 복습했을까 ? 10편 짜리 장면을 1편부터 몰아본 적도 많고 , 땡기는 편만 본적도 많고

TV에서 나오면 쇼생크 탈출 마냥 붙잡혀서 다 보고 , 몇십번 이상 다시 본 것 같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드라마로 지금도 마음속에 윈터스를 품고 산다.




사회생활하며 위치라는게 생기고 난 뒤론 윈터스 같은 리더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야전생활을 끝내고 뒤에서 지휘하며 살다 뒤돌아보니 나도모르게 꼰대가 되버려서 다시금 뛰는 중이지만.






뒤돌아보면 직장생활 도중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버린 답 안나오는 상황이 몇 번 있었다. 스피어스를 떠올리며 

그 안으로 지원없이 뛰어들어가 앞뒤안재고 뛰고 구르며 하얗게 불태우곤 했다.


지금도 가끔 만나는 옛 동료나 상사들은 나를 스피어스로 기억을 하고 있다. 좋은 안주거리다.

뻔하고 반복적인 생활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상황은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이새X 처럼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여전히 진행형.




오늘같이 더운 여름날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날엔 6화 Bastogne 에피를 보곤 한다.



저 숲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던 중대원들과 무차별 폭격에 다리를 잃은 가니에도 생각난다.

의무병 유진의 시점으로 본 전장의 처절함이 전해져온다.





2. 닥터 하우스





두달 전 아무생각 없이 핸폰에 깔린 유플릭스 미드 뭐 올라왔나 둘러보다 하우스 전시즌을 다봤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물로 1~8시즌까지 온갖 희노애락이 다 담겨있다.

물론 하우스의 전개 방식이 비판도 많이 받고 무리수로 가득하지만 내 인생의 일부분이다.


나는 하우스를 드라마적인 재미 외에 그가 팀원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얻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고 내 실상활에 실제 적용하려고 무단히도 노력 했다.


내 마음속에 캐머런,체이스,포어맨이 있다 가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하나의 주제를 두고 셀프

토론하기도 했고 , 실제 팀원들과의 회의를 진행하며 보드에 적어가며 모든 가능성을 적은 뒤

리스트들을 지워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기도 했다. 문제가 있으면 보드에 일단 적는다.


지금도 머리를 써야할때면 직접 손으로 적고, 테니스공을 주물무줄 거리며 위로 던지고 받고 ,

의도적으로 딴짓하며 잠시 생각하는 주제에서 벗어나고 다른 일에 몰두한다.

문제를 집으로 갖고 퇴근할때는 일렉 기타를 잡고 기억나는 솔로 파트를 연주한다.

맹렬하게 생각하며 종이든 보드든 적어본 후엔 손으로 뭔가 하고, 온전히 잊어버린다.

손이 굳으면 머리도 굳는다며 호두를 굴려대던 우리 옛 아재들과 같은 지혜가 미국도 있나보다.


해외출장을 가거나 영어로 전화를 해야 될때 하우스의 덕을 보기도한다.

좋아하는 에피를 출장 전날이나 비행기안에서 그냥 보고 하우스의 대사를 되뇌어보기도 한다.

워낙 많이 봤던 에피는 하우스의 표정이나 몸짓 , 당시의 그 상황까지 다 그려지다보니 이게

실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때 도움이 된다.자연스레 기억나는 대사를 살짝 상황에 맞게

단어만 바꿔서 대화를 하면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분야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업무에 쓰는 전문용어나 숫자에 하우스 대사를 끼얹으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디테일한건 귀국해서 이메일로 진행을 하면 되니 영어 잘 못해도 크게 무리는 없었다. 


언제나 옆에 윌슨이 있는 하우스가 부러웠다. 과연 내 인생에 윌슨같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 윌슨 같은 친구를 둘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 


어젯밤 고기가 땡긴다고 말했더니 윌슨은 배터지게먹으라며 고기파티를 열어줬다.

게다가 내 윌슨은 프로 고기굽러다. 내게 잘 구어진 고기를 세팅해주고 의자 뒤에 허리를 젖히고

느긋하고 여유있게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예전 직장에서 과로로 출근길에 쓰러져 일주일간 입원해있었을때도 윌슨덕에 살았다.


하우스의 에피가 끝날때마다 내 옆에 윌슨이 생기기를 바랬는데 다행히 그건 이루어졌다.

드라마와 다른건 성별이 다를뿐. 




3. 블레이드 2




쿨타임이 가장 긴 주기로 찾아오는 영화는 블레이드2 다. 1년에 두세번 정도 다시 본다.


웨슬리 스나입스의 액션과 씬을 타고 흐르는 음악까지 합을 잘 맞춘 영화의 액션처럼 딱딱 떨어진다.




견자단이 나와서 좋기도 하고 웨슬리를 죽이기위해 훈련받은 뱀파이어들이 동료가 되는 설정이 마음에 든다.

아무생각 없이 맥주 마시며 보는 재미때문에 쿨타임이 돌아온다.  




4. 쇼생크 탈출 + 더 락




쇼생크 탈출과 더락은 쿨타임이 돌지는 않지만 년에 한번 이상은 보는 것 같다.


시청을 '당하는' 작품인데 TV 채널 돌리는 와중에 우연히 발견하면 계속 신경쓰이다 결국 계속 본다.

보던 프로그램이 있어도 "아..지금쯤 이장면 이겠군 " 다시볼 타이밍을 나도 모르게 재다 채널을 돌린다.


아마겟돈도 강제시청당하곤 했었으나 내가 나이먹어감에 따라 거슬리는 설정때문에 제외됐다.


쿨타임 도는 작품이 더 있으나 점심 사먹을 시간이라 급하게 마무리. 


본 시리즈도 쿨타임이 도는데 조금 있으면 새작품이 개봉하니 기다리는 맛이 기가막힌다. 




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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