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진열이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통로에 별도 매대를 마련하는 것을 

가리킨다. -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이랑주 , 200쪽 


요새 대학로로 다시 놀러다니며 샘터 건물에 시선을 자주 빼앗겨서 이런건가.

나도 모르게 책을 고를때 샘터에서 발간한 책들을 보고 있다.


지난번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에 이어 어제(1015) 저자가 누군지 안보고

집어든 책 역시 이랑주님의 책이었다. 이런 우연이 !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에서 전세계 전통시장들의 사진을 즐겁게 봤었다.

나도 해외나가면 시장을 먼저 둘러보기에 더 재미있었다.

중국 광저우랑 베이징 어디 시장구경하다 너무 빠져들어 길을 잃을뻔 했던 적도.


+


블로그에 섬진열을 정리하고 글쓰기 완료 버튼을 누르려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요즘 빅데이터 관련 서적을 많이 본다. 고객들이 모바일로 워낙 많이 사다보니

기업들은 이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고객의 행동에 모르게

접근하려던 방식 같은걸 연구한다. 어떤 책에서는 고객 모르게 쿠키와 이전 행동양식을

추적해 제품을 추천하고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에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 피드백 루프 강화라고 한국어로는 느낌이 덜 오는 개념들이 종종 나온다.

유튜브처럼 자기가 전에 본적이 있고, 좋아하는 것들만 계속 추천영상으로 나와서

자신의 기호안에 갇혀 버린다는 개념이다. 비스무리한 좋아하는 영상들만 보게 되는

건데 나도 그래서 질렸던 경험이 있다. 인간의 진화과정이나 심리학,행동학적 특징을

이용해서 행동이나 감정을 유발하기 위해 누군가 개입할 수 있다.


요즘 시대에는 기업들이 개입하려고 한다.원래 그랬지만 빅데이터 시대에선 가속화된다.

빅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인과가 아닌 결과값이 먹기 좋게 나온다.

기업들의 손안에 고객 모르게 그들의 행동에 간섭할 수 있는 무기가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숱하게 나오는 4차혁명 시대를 생각해보면 마른수건 쥐어짜는게 아닌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 놓인 대다수의 사람들의 지갑을 마지막

까지 열어보겠다는 건데...흠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뒤엉킨다. 먼가 정리하고 싶은데 오늘 할일이 많아 여기에서 끝.



그녀의 책은 정말 빨리 읽힌다. 그리고 내 과거의 독서 경험과 인생을 환기시킨다.


20대 후반인가 언제쯤에 [쇼핑의 과학] 으로 소위 비주얼 머천다이징에 흥미를

느끼고 관련 책들과 자료에 탐닉했던 기억이 있다. 관심이 점점 확장되어 색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해 인간이 색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책을 찾아봤다. 


그 이후 자연스레 조명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빛에 대한 독서들은 훗날 내 

매장의 조명을 설치할때나 , 수초어항과 해수 산호 어항을 할때 , 팀장으로 근무

했던 직장인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제 읽은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에서 조명과 색을 다루는 파트에서 그때의 기억이

많이 되살아났다. 예전에 모 백화점 VIP휴게공간 내의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백화점에 직접 방문해서 영업시간이 끝난 후의 백화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럭셔리를 표방하는 휴게공간안에

몇몇 포인트를 주기 위해 주변 조명 조도를 좀 낮추어 어둡게 해서 의도하는 스팟을

강조하고 , 전체 색온도는 3000~3,500K으로 조정하려고 했었다.


호기심을 따라가는 내 과거 독서경험과 업무경험이 이 책에 비슷하게 녹아있었다.

...나도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

그럴 기회는 없겠지만 이랑주님과 만나면 몇시간이고 수다를 떨 수 있을 것 같다.


싱싱했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해준 책의 구절을 남긴다.


참, 요새 이케아를 자주 간다. 이케아 광명점 쇼룸의 공간과 동선을 관심있게

지켜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섬 진열의 정수가 그곳에 있다.




섬 진열 - 10리를 걷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


아무 생각 없이 가게 안을 걷도록 배치한 것 같아도 그 안에는 철저히 계획된

것들이 숨어 있고,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든다.

사람들이 지갑을 은밀하고도 자연스럽게 열게 하는 장치,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마트나 쇼핑몰에서 평균 2시간 쇼핑을 하는 고객들은 몇 Km 나 걸을까 ?

한 통계에 따르면 평균 4 Km , 그러니까 약 10리나 되는 긴 거리를 걷는다.


(중략)


마트의 상품진열은 절대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다.치밀한 연구와 계산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는 MSV라는 전담 부서가 있는데,여기 소속된 40여명의 전문

인력이 고객의 심리와 행동유형을 치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효과

적인 진열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필요하면 고객 뒤를 따라다니며 동선을 확인하고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조정한다.

쇼핑 목록을 만들고 알뜰 쇼핑을 다짐해도 계획에 없던 상품을 장바구니에 집어넣게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마트 입구에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계절의 변화도 알려주는 과일 매대를 

지나면 주 통로로 접어든다. 


(중략)


이 넓은 매장을 다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마트는 매장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들을 곳곳에 숨겨둔다. 쇼핑하는 사람을 눈치를 챌 수가

없겠지만 말이다.


10리를 걷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섬 진열'이다. 마트는 넓은 통로 사이에

고객들이 좋아하는 보물섬을 징검다리처럼 만들어놓는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나는

섬에는 모든 고객들이 사랑하는 '원 플러스 원(1+1)'이라는 섬이 있다.

그리고 여섯 걸음쯤 더 걸으면 '단 하루만 특가' 행사를 하는 커피믹스 섬이 있다.


(중략)


고객들은 꼭 사야 할 것들을 찾아 돌아다니면서도 군데군데 있는 섬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처럼 여섯 걸음 사이에 있는 섬에서 섬으로 옮겨 다니다 보면

피곤할 줄도 모르고 쇼핑을 즐기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리를 걷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대형 쇼핑몰은 지갑이 열리도록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그리고 고객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많은 장치들을 준비한다.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쇼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실은 전문가들이

철저히 분석하고 계획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중략)


섬 진열이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통로에 별도 매대를 마련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별도 매대는 징검돌처럼 배치되어 있어 그 섬을 따라 이동하게 하는 것만으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섬과 섬 사이의 거리는 보통 여섯 걸음 정도인데,

고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첫 번째 섬에 있을 때 맨 끝 섬까지 다 보여야 한다.

가운데 통로에서 섬 진열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주 통로의 고정 진열만 

보인다면,고객은 징검다리가 더 없다고 생각하고 건너가지 않는다.

또 각각의 섬에는 그것만의 특징과 개성이 있어야 한다. 섬에 매력이 없다면

다음 섬으로 이동하려는 마음이 줄어들 것이다.


-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이랑주 , 197~200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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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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